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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예정지 일대의 불법매립된 농지를 가리키고 있는 박우식 김포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 사진 오른쪽에 공장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12.23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하성면·양촌읍 경계 강 제방도로
하동·봉성포천 농지 '62만6420㎡'
2009년부터 최근까지 '토사 매립'
도로보다 높아 여름철 '상습 침수'
市, 콩경작지 설명 불구 확인 안돼


김포 접경지 한강하구에 설립하려는 공장 예정지(12월21일자 8면 보도=생태가치 높은 김포 한강하구옆 '대규모 공장 추진' 주민 반발) 일대 농지에 불법매립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김포시에 따르면 하성면·양촌읍 경계 한강 제방도로와 하동천·봉성포천 안쪽 농업진흥구역 62만6천420㎡(285필지)에 2009년 6월께부터 최근까지 토사 불법매립이 행해졌다.

이곳은 농지가 도로보다 높아서는 안 되는 지역임에도 도로표면 기준 1~3m 높이로 토사가 광범위하게 솟아 있다. 또 매립을 염두에 둔 듯한 흙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고 일부 필지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갯벌 흙이 매립돼 있다.

위성사진과 육안상으로는 해당 구역내 상당 부분이 농사 흔적을 찾기 힘든 황무지이지만, 시는 농지이용현황 조사자료를 근거로 구역 전체의 84.6%인 53만여㎡에서 농작물을 정상 경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80%(42만4천여㎡)는 콩 경작지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 같은 통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양촌읍 누산리의 한 이장은 "6만~7만㎡는 벼농사를 짓는 게 맞고, 콩은 매립업자가 토지주를 설득해 성토한 뒤 수확을 하든 말든 일괄 파종하는 것이다. 시에서 55억원을 들여 바로 옆에 생태공원을 만들어놨는데도 불법매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고, 한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 관계자는 "철새 관찰 때문에 이 지역을 오가는 동안 그렇게 넓은 부지에 걸쳐 콩이 제대로 경작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공공연하게 자행된 매립으로 배수기능을 상실한 공장 예정지 인근 도로는 지난해 두 차례, 올해 다섯 차례 등 여름철 상습 침수피해를 겪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일강우량이 42㎜(8월15일)와 56.5㎜(8월6일)로 그리 많지 않았던 날에도 도로가 잠겨 복구작업을 벌여야 했으며, 지난 8월9일에는 하동천생태탐방로 옆 매립토사가 비에 무너져 승용차를 덮치기도 했다.

박우식 김포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공장 인허가를 따지기에 앞서 정확한 불법매립 현황과 실제 경작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조사해야 할 상황"이라며 "농지뿐 아니라 관광자원 측면에서나 도로확장 계획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하는 곳에 난개발식 축산가공시설이 설립되는 것은 여러모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공장 예정지는 근거리에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이 시작되는 일종의 습지보호 완충지대"라며 "자연은 법이 아니더라도 보전이 당연한 이치다. 합법적이라면서 자연을 파괴하려고들 하는데 법의 잣대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