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가 지난 2003년도에 함께 설립한 한국나노기술원 내부에서 최근 4년 사이에 벌어진 비위 사건들을 보면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건전한 윤리 경영과 준법경영의 시대적 필연성을 존중해 윤리적이고도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라는 윤리헌장이 무색해진다. 또한 나노기술원의 반복된 비위행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조사 과정이나 처분 결과 역시 봐주기 수사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나노기술원이 성역(聖域)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2018년 과기부는 나노기술원 내부 직원의 공익제보로 드러난 연구용 '금' 횡령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그해 10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재발방지 조치와 반성 의지 등이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범죄 혐의에도 기소유예로 선처했다.
나노기술원은 금 횡령사건이 일어난 그해에 클린룸 임대 특혜계약 등 법 위반과 비위 사실을 비롯해 사용자 노조개입 등 부당 노동행위, 허위 감사보고서에 의한 공익신고자 부당징계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각종 행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앞서 2017년에는 내부 간부 등이 당초 계획과 규격을 초과한 설비 구매와 계약 체결로 3천688만원 상당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내부 공익신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징계·시정 등 조치를 받았다.
이 정도면 같은 과오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직 쇄신이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에 금 횡령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연구용 '특수가스'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법적 처벌과 윤리적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장비 대여업체로부터 받았어야 할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특혜까지 제공한 의혹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번 특수가스 횡령 및 특정 업체 특혜 의혹은 내부 고발이나 과기부의 감사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과기부가 특정감사를 통해 밝혀냈다. 과기부는 나노기술원에 특수가스 장비(MOCVD) 담당자 징계와 수사의뢰 조치를 통보했다.
이 정도면 나노기술원은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마저 없는 자정능력 부재 기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엄벌이 없었던 탓일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은 2018년 금 횡령사건 때와는 달리 일벌백계해야 한다.
[사설]고질적인 나노기술원 비리 일벌백계해야
입력 2020-12-22 20:08
수정 2020-12-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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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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