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의 모든 고통도 아래로만 향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경제를 염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미루고 있다지만 현실은 이미 3단계와 다를 바 없다. 곳곳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호소가 끊이질 않는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아르바이트생 2명을 내보내고 부인과 둘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4천여만원을 대출받았는데 "당장은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다섯 평 국숫집을 열고 있는 50대 오모씨도 직원 2명을 해고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딸까지 가게 일을 도와 주지만 임차료 내기도 빠듯하다(경인일보 2020년 12월18일자 9면 보도).
청년들은 아예 구직의 기회를 원천차단 당한 상태다. 스물세살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높은 학점에 어학, 공모전, 자격증 등 이른바 '취업 3종 세트'를 갖췄지만 올해 정규직은 물론 인턴·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지 못했다(경인일보 2020년 12월21일자 12면 보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96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1천명 늘었다. IMF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친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여성 실업자는 지난해보다 28.8% 늘어났다. 직장을 가졌다고 해서 마음 놓을 수도 없다. 무급휴직은 이제 일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해고통지서를 받아들어도 놀랍지 않다. 노인대학과 경로당이 문을 닫았고, 무료 급식소가 폐쇄됐다. 지역아동센터들의 운영이 위기에 봉착했고, 결식아동들은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이렇게 코로나 시국의 모든 고통을 자영업자, 청년, 여성, 노인, 아동 등 서민들이 힘겹게 받아내고 있는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은 내년도 세비를 인상했다. 대략 1억5천280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구속이 돼 직무수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최소 990만원은 받게 된다. 이중지급과 특혜면제 등에 대한 개선 논의는 내팽개쳐진 대로다. 국민들은 고용절벽에 부닥치고, 실업쓰나미에 휩쓸려 나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호의호식하고, 심지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다. 어쭙잖게 인상분 반납이니, 세비동결이니 하며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사고의 근본이 바뀌어야 할 사안이고 국면이다.
[사설]아래로 향하는 코로나 고통, 위로 향하는 의원 세비
입력 2020-12-22 20:08
수정 2020-12-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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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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