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
마스크를 찾느라 허둥댔던 기억뿐
연말 나눔의 김장·봉사 등 사라지고
끝모를 정치권 갈등·언론 편향보도
내년 이맘때는 다시 웃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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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어느덧 2020년 해가 저물고 있다. 연말이면 늘 그렇지만 올해는 유독 무엇을 하면서 1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마스크는 챙겼는지 허둥댄 기억밖에 없다. 지난 21일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23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3단계로 격상되는 게 아닌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에 이 고비를 이겨 낼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혹시나 하면서 연말 특수를 조금은 기대했을 외식업자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지, 이들의 애로가 가늠된다는 위로의 말이 무색할 것 같다. 그렇다. 올 한 해는 나라 안팎, 모두가 코로나19로 고통스럽다. 오죽하면 2020은 '잃어버린 1년'이라고 했을지 격하게 공감된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잿빛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경제적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4.2%로 예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 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백신을 구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깜깜하고 긴 터널을 건너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피로감과 고립감으로 우울감이 깊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내몰면서 연말 세시 풍속까지 바꿔놓고 있다.

실제로 연말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장, 뉴스를 장식하던 장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취를 감추었다. 빨간 장갑을 끼고 단체로 오손도손 모여 앉아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대기업의 임직원들이나 봉사 단체 회원들이 좁은 골목길에 긴 줄로 서서 땀을 흘리며 연탄을 나르는 모습도 사라지는 풍경 중의 하나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그 앞에서 돈을 넣으려고 줄 서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이쁜 손은 보기 힘들 것이다.

이 모두가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사라지는 풍경이다.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말 뉴스를 통해서 전달되는 크고 작은 선행들은 우리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준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가슴을 훈훈하게 녹이기 충분하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 마음을 녹이는 따듯한 풍경이나 나눔은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갈등으로 얼룩진 불편한 뉴스만 넘쳐난다. 정치권의 끝 모를 진영 싸움에 여·야 갈등 양상은 해가 가도 끝낼 기미가 없어 보인다.

갈등이 정치뿐일까? 언론의 편향적 보도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 간다. 설상가상, 얼마 전에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킨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둘러싼 장면은 가뜩이나 편치 않은 우리 사회를 더 불편하게 했다. 그야말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속죄하는 모습 대신 마치 유명인사라도 되는 양, 뒷짐 지며 인사하는 '조두순'의 출소 장면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국민적 불안과 분노 사건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유튜버의 보도 행태는 더 불편했다. 24시간 '조두순'에 대한 밀착 감시가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범죄는 본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범죄의 유형 중에 재범률이 특히 높다는데 관련 대책은 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 이슈나 주요 키워드 중에 세계적인 쾌거로 국민을 기쁘게 해준 좋은 뉴스도 많은데 필자가 혹여 너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BTS'의 세계적인 성공,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의 자랑스러운 쾌거는 국민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구세군 종소리가 애달픈 연말이다. 저만치 멀어져가는 2020년 끝자락에서 필자 자신을 되돌아본다. 올해는 필자에게도 어려운 일이 많았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고 이들에게 따듯한 손길을 내미는 필자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훈훈하고 행복해진다.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후회나 허탈감 대신 뿌듯함이 느껴지는 마무리를 다짐하면서, 내년 이맘때는 우리 모두 눈물 나도록 웃을 수 있는 기쁨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