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지선_사랑해 I love [ ] _Oil on canvas_90.9x65.1cm_2020
공지선 作 '사랑해'.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길가 노래방 '이응'을 하트로 대체
인간부재의 도시에 사랑 아이러니
노동시장의 소모적 현실을 풀어내
"취업 증명사진 뭘 증명 하는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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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펴고 있는 시각예술가 공지선은 회화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와 도구들을 활용한다. 고착화된 숭고함에서 벗어나 사회의 도구로 소모되고 소멸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저항을 인물화 속 인물 표정에 담거나 도구로 만들어 표현하고 있다.

공지선 작가는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통해 이런 의식을 보여줬다. 또한 공 작가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연극 '걸리버여행기'에서 미술감독을 맡았으며 다큐멘터리 '사랑이 넘치는 도시'를 연출하기도 했다.

공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개인전 '사랑이 넘치는 도시'가 최근 인천시립박물관이 운영하는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막을 올렸다.

인천도시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20 도시를 보는 작가'의 네 번째 전시로 기획된 '사랑이 넘치는 도시'는 내년 1월1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엔 회화와 설치 작품 14점이 출품됐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22일 오전 막바지 전시 준비 중 이었던 공 작가와 작품을 둘러보고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 작가는 "길을 가다가 본 노래주점을 홍보하는 네온간판 속의 화려한 이미지와 함께 '×× 노래방'의 마지막 글자 '방'의 이응을 사랑의 상징인 '하트(♡)'로 대체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면서 "대체된 자음 하나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쉽게 대체되는 소모적 인간의 수명과 곳곳에 만연한 인간 매매의 현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부재하는 도시 안에 사랑이 넘치는 아이러니를 담아낸 것이다. 이응을 하트가 대신한 노래방 광고들의 나열로 구성된 작품 '두근두근'은 전시장 입구 맞은편 벽면에 전시됐다.

7.공지선_Sign_Mixed media_ 55x55x15cm_2020
공지선 作 'Sign'.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공 작가는 "이번 전시를 구상하고 세팅하면서 전시 공간 중앙에 자리한 원형 기둥을 포인트로 삼았고, 관람객 동선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기둥을 둘러싸고 태블릿PC들이 바닥에 놓였다. 이 영상 설치 작품은 기둥 면에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관람객의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전시 관람객은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며 이후 자연스럽게 주변에 전시된 작품들을 볼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공 작가는 앞으로도 사람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는 사람으로 구성되고 유지된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도시 속 구성원은 실존하지만 노동시장에서 도구처럼 소비되는 인물(허상)에 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증명사진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 사진이 과연 무엇을 증명하는지 고민했다"며 "이 같은 내용으로 지금까지 작업과 연계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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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