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업주, 축의금 1천만원 장학금 기부
사설학원장, 저소득가정 학생들 교육 자청
올해 남동구 관내 후원자 2만4천여명 달해
꽉찬 곳간에서만 인심 나오는 건 아니었다

사본 -(3) 이강호 남동구청장 (1)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올해 초 마스크 품절 대란으로 촉발된 코로나19 위기는 일상의 대부분을 바꿨다. 여행과 나들이는 눈총의 대상이 됐고, 아이들은 모니터 안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마스크를 깜빡해 다시 되돌아가는 일이 흔한 경험이 된 시대다. 오죽하면 아침에 상쾌한 기분이 들면 마스크를 안 쓴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마스크를 쓰라는 말에 주먹이 오갔다는 뉴스가 새롭지 않을 정도다. 조금만 참으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코로나는 올 한 해를 통째로 제 것으로 만들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고립감,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과 그에 따른 외부와 단절된 생활이 늘어난 탓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마음의 거리를 벌려 놓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심리적·정신적 치료에 신경을 쏟고 있지만, 온전히 해결하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홀몸 노인과 저소득 가정, 장애인 등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겐 더더욱 가혹한 시기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사정이 풍요로울 때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든 시기다.

자영업자들은 소비 활동이 움츠러들수록 곳간은커녕 빚을 내어 연명해야 할 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연함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구청장으로서 지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행정적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을 돌아봐 달라고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동구에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길을 내어주는 이들이 참 많다. 얼마 전 우리 지역의 한 음식점 사장님은 자녀 결혼식을 치르며 받은 축의금 1천만원을 지역 사회단체와 저소득 가정 학생의 장학금 지원에 기부했다. 결혼 비용을 보전해야 할 돈을 고민도 없이 어려운 이웃에 전달한 것이다. 축의금을 뜻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었다는 간단한 이유였다.

코로나 확산으로 장기간 개학이 연기됐던 지난 봄, 남동구의 한 사설학원은 저소득 가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부를 자청했다. 학원장은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학업에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애써 가진 것을 선뜻 내어주는 모습은 선한 영향력이 돼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분명 가득 찬 곳간에서만 인심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남동구청과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품을 전달한 이들은 2만4천여명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집계된 2만1천여명을 뛰어넘는 숫자다. 접수된 금액도 지난해 6억4천여만원에서 올해 8억2천여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내내 삶을 파고들었던 위기 속에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던 것이다. 큰 후원금을 쾌척한 기업인도, 열심히 모은 용돈을 수줍게 전달한 아이도 모두 한마음이었다.

남동구 공무원들도 매달 월급의 1%를 기부하는 '1% 사랑 나눔' 모금액을 통해 명절 선물세트를 비롯해 장학금과 김장 김치 등을 지원했다. 구청장으로서 감사한 일이고,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가 됐다. 무엇보다 위기 극복에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준 주민 한 분 한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돌아보면 어느 해보다도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다가올 2021년을 준비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올해를 코로나의 해로 기록할지 모르지만, 나와 우리 남동구민에게 2020년은 위기에 맞서 사랑의 기적을 만든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