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않은 뒷바람, 양력 상실시켜 '사고'
항공기상청, AMOS 탐지시스템 개발 운영
활주로 바람강도 실시간 계산 급변풍 판정
지난해부터 6개 군공항 포함 13곳서 가동중


손승희 항공기상청장
손승희 항공기상청장
항공기상청은 날씨로 인한 항공기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호우, 대설과 같은 '눈·비 현상'부터 저시정, 구름 고도와 같은 '시정현상'까지 항공기 운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상현상에 대해 경보를 발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측과 탐지가 가장 까다로운 기상현상은 '바람 현상'이다. 바람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늘 높은 곳에서는 언제나 제트기류가 불고 있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그런 제트기류를 눈으로 볼 수 없다. 바람 현상 중에서 특히 위험한 기상현상이 바로 '급변풍(windshear)'이다.

급변풍이란 공항·활주로상에서 위치에 따라 바람의 속도나 방향이 서로 다르게 부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활주로의 앞쪽에서는 서풍이, 뒤쪽에서는 동풍이 불고 있다면 '급변풍이 발생했다'고 한다. 급변풍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항공기 운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항공기 전면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양력을 발생시켜 항공기를 뜨게 만들고, 뒷바람은 양력을 상쇄시켜 항공기를 가라앉게 한다. 맞바람을 예상하고 출력을 감소시켜 착륙하던 항공기가 예상치 못한 급변풍으로 갑자기 뒷바람을 받게 되면 양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항공기상청은 급변풍을 탐지하기 위해 LLWAS(저층윈드시어경고장비·Low Level Windshear Alert System), TDWR(공항기상레이더·Terminal Doppler Weather Radar) 등의 첨단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비들은 고가의 대형장비로 설치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든다. 이같은 여건상 LLWAS는 급변풍이 많이 발생하는 인천·제주·양양 공항에만 설치됐고, TDWR은 인천공항에만 설치돼 있다.

그 외에 10개 국내 공항(김포·무안·울산·여수·김해·청주·대구·광주·포항·사천)은 LLWAS도 TDWR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과거 항공기상청은 이들 10개 공항의 날씨를 분석해 '공항별 급변풍 발생 가이던스'를 만들어 급변풍 경보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왔다. 가이던스를 참고해 최종적으로 항공기상예보관의 주관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급변풍 발생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항공기상청이 고가의 대형장비 없이도 급변풍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AMOS 기반 급변풍 탐지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AMOS(공항기상관측장비·Aerodrome Meteorological Observation System)란 모든 공항에 활주로별로 최소 2~3개씩 설치되어 풍향, 풍속, 기압, 기온, 습도 등을 관측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상관측장비이다.

이 장비를 통해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받는 맞바람과 뒷바람의 강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이 값이 기준치(15kt) 이상일 때 급변풍이 발생한 것으로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항공기상청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지난해 9월30일부터 6개 군공항(김해·청주·대구·광주·포항·사천)을 포함한 우리나라 13개 모든 공항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급변풍 경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시스템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AMOS는 지상의 바람만 관측하므로 지상에서 발생하는 급변풍만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급변풍은 항공기가 이착륙을 위해 지나가는 경로(이착륙로)상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도 큰 위험이 되므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에서도 이·착륙로에서의 급변풍 발생 여부까지 탐지하여 경고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향후 항공기상청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보다 정교한 급변풍 가이던스를 만드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항마다 급변풍을 탐지할 수 있는 첨단관측장비의 도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될 항공안전은 항공교통의 안정성을 높여 경제성과 편의성을 높여줄 것이며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안전과 행복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손승희 항공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