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한계는 이것을-그것으로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온다. 그만큼 하나의 단어로는 사물의 능력이나 작용에 비하여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담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표상들이 필요한 것. 그러한 제한적인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파생된 것이 바로 꽃말 같은 것으로 그것만이 가진 고유성을 보조적으로 부여하는 데 있다. 따라서 꽃말은 꽃이 거느리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대리 표현하는 상징적인 기호로서 말하자면 복숭아꽃, 도화라고도 불리는 '복사꽃'도 마찬가지. 4~5월에 '안개 같은 외로움'으로 개화하는 복사꽃은 희망, 용서, 사랑의 노예 등의 꽃말을 가진다. 이 꽃은 '진한 담홍색의 울음이 마을의 한가운데' 희망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앞가슴 애틋하게 조여 오는' 용서로 다가오기도 하며, 때론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봄 햇살 속에서 넋 놓고' 있는 사랑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복사꽃 물결'은 누군가 '문지른 나의 몸 위로' 나 아닌 자신을 주관하는 '진한 그리움'의 다른 말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당신 안에서 '하염없이 물결치는'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면 그것이 형언할 수 없는 또 다른 '사랑의 꽃말'로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