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내보내기 부담돼 보류도
"노인 많이 사는 지역 무척 부담"
대기공간 불명확… 일부선 혼란
업무 지연으로 불편 지적 목소리
聯 "불편함 알지만 불가피 조치"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에 10인 이상 대기 금지 조치를 내린 첫날인 28일 곳곳에서 혼란이 포착됐다. 고객들의 항의를 받는가 하면 점포 안에 들어가질 못하는 사람들이 ATM 기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날 용인시 동천동의 S은행 점포는 대기 고객이 10명을 훨씬 넘었는데도 밖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한 고령 고객이 '추운 날 은행을 나가면 어디서 기다리란 것이냐'고 항의해 자체적으로 조치를 일단 보류한 것이다.
이 점포 관계자는 "겨울에 애써 은행을 찾은 고객을 영업점 밖으로 내쫓는 것 같아 난감하다"며 "특히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10인 이상 대기 금지를 시행하기가 무척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고객을 제외하고 11번째 대기표를 뽑은 고객부터는 영업점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영하권으로 접어들 만큼 추운 날씨 때문에 고객을 밖으로 안내하기 난감해 하는 은행이 많았다.
같은 지역의 W은행 점포는 영업점 안에서 기다리는 고객은 10명 이하로 유지됐지만 마땅히 대기할 곳이 없다 보니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ATM기에 몰렸다.
ATM기가 대기공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확히 공지되지 않아 일부 은행에선 영업점보다 좁은 ATM기에 사람이 몰리는 주객전도가 발생한 것이다.
은행 업무가 지연돼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았다.
W은행에서 만난 김모(60)씨는 "1.5m 거리두기로 창구 일부가 폐쇄되면서 집세를 내러 은행을 찾았다가 40분을 소비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만큼 60대도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점포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시행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업무와 택배, 우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우체국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우체국을 자주 찾는다는 시민 김모(47)씨는 "우체국 업무를 보다 보면 좁은 공간에 10여명이 넘는 고객들이 접수대를 이용하고 대기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된다"며 "은행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