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마곡 못지않은 인프라 '송도'
업무기능·벤처기업 유치 쉽지않아
전문가 '서울서 멀다'는 이유 지적
GTX-B노선, 단점극복 계기될 것
인천시민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GTX 때문에 이른바 빨대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접근성이 개선되면 서울이 주변 지역의 인구 및 경제력을 흡수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주민이 서울 가서 쇼핑하고 병원에 다닌다며 KTX의 빨대효과를 우려하는 기사는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학계 평가는 어떤지 알아보자. KTX나 GTX로 인한 빨대효과를 전망하는 논문은 더러 있다. 하지만 전망과 달리 실증적인 분석은 빨대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우세하다. GTX는 아직 개통한 곳이 없으니 KTX로 인한 빨대효과를 검증하는 수밖에 없는데 빨대효과 중 가장 주목받는 쇼핑의 경우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없었다고 한다. 일본 신칸센 개통 지역을 분석한 논문을 봐도 빨대효과가 아주 작거나 오히려 역의 빨대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인천의 성장은 서울의 구심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이 가깝다 보니 집적효과 의존도가 높은 업무기능 또는 비즈니스서비스업은 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다. 지방보다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인천이 빨대효과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증적 분석은 아직 할 수 없으므로 단일도심 모형의 입지이론으로 빨대효과 가능성을 살펴보자. 인천은 단순히 서울의 주변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대도시다. 하지만 서울의 구심력이 워낙 크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의 큰 구심력이 존재하는 한 단일도심모형의 분석 결과는 다수도심도시로도 확대해 적용할 수 있다.
어느 곳이나 중심부는 흡인력이 있다. 도심으로 갈수록 인구밀도, 건물 높이, 경제활동 집적도가 높아진다. 이런 도시공간 구조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은 소득과 교통이다. 소득이 높아지면 더 큰 집이나 새집을 선호한다. 중심부에서 멀수록 땅값이 낮으므로 같은 돈으로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다. 즉 도심에서 먼 곳을 선호할 유인이 생긴다. 하지만 통근 시간이 길어지면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 비용도 늘어난다. 고소득자일수록 시간의 기회비용이 높다.
이렇듯 소득이 높아지면 상충하는 요인이 작용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소득 증가가 도시공간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렵다. 교통수단은 답이 명확하다. 통근 비용이 줄면 중심부에서 멀어지는 단점이 완화되므로 도시공간이 넓어진다. 로마나 당나라 시대 장안 등 예외도 있지만 과거 도시는 대체로 폭이 4마일(약 6.4㎞)을 넘지 못했다. 도시의 규모를 제약한 가장 큰 요인은 사람이 모일수록 취약해지는 위생 여건이었다. 하지만 걸어 다녀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범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 점도 도시 규모가 작았던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국 도시가 다른 나라 도시보다 인구밀도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찍이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하고 도심 외곽에 프리웨이를 많이 건설했기 때문에 교외에 넓은 집을 짓고 흩어져 살게 됐다.
단순히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집적효과를 누릴 수 있으므로 도심을 선호하지만 높은 땅값을 감수해야 하므로 거리와 땅값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교통수단이 발전하면 중심부에 멀어져도 덜 불편해진다. 송도는 각종 인프라가 우수하고 주거환경이 좋다. 판교나 마곡보다 뛰어나면 뛰어나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업무기능이나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점이 서울에서 멀다는 점이다. GTX-B노선은 송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빨대효과는 걱정하지 말자.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