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지난해 말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만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며, 공수처는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권력기관, 특히 검찰 개혁이라는 공수처 출범 취지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추천 과정 자체가 위법하다고 반발하고, 후보 추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등 임명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한 인사다. 여·야 정치권이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추천한 후보가 아닌 인물로, 정치적 편향성이 적은 중도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 시절인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바 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에 더해 특검 특별수사관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권은 김 후보자가 중립성을 지키면서 권력비리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공수처의 위상을 정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수처장 지명에 따라 차장 제청과 인사위원회 구성, 검사 임명 등 후속 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다음 달 중순께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 자체가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수처장 후보 야당 추천위원들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친정부인사가 추천되고 지명돼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는 공수처가 권력자를 비호하는 친위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견제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수처 출범과 공수처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의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공수처법이 여·야 합의가 아닌 여당의 독주로 탄생하고 공수처장 후보자가 일방에 의해 추천되면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의심을 받는 것이다.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후보자의 자질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국민의 믿음을 받는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소임과 역할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