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어김없이 밝았다. 국민은 새해가 지난해와 같지 않기만을 바랄 것이다. 지난 한 해는 결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혹했다. 코로나19는 나라를 마비시켰다. 자영업자들이 죽어 나갔고 경제는 선방했다지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재난 극복을 위한 국력은 정치권이 산산조각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민심은 정확하게 반쪽으로 갈려 극단적으로 대치했다. 현대사 초유의 대감염 시대를 맞아 우리는 단합하기 보다 내부의 갈등을 한꺼번에 분출시켰다. 새해를 맞는 민심은 불안하다.

새해가 열렸다고 해서 지난해의 위기가 끝날 리 없다. 방역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3차 겨울 대유행에 이어 봄철 대유행을 경고한다. 전면적인 백신 접종 때까지는 코로나 악몽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버틸 여력을 소진한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집단 몰살을 면하기 힘들다. 코로나19는 산업지형의 변화로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제조기업들의 수명을 재촉할 것이다. 코로나 빈곤층 확대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나 홀로 독주하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다. 코로나 경제위기는 새해에 더 확산되고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을 때 가장 빛나야 할 것은 정치분야의 리더십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기에서 살아남은 국가와 국민에겐 예외 없이 존중받는 정치 지도자와 정당들이 있었다. 김대중 정권은 민주주의에 입각한 실사구시 정책으로 국민의 힘을 모아 김영삼 정권이 초래한 구제금융 위기를 넘겼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와 정당만이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정권의 유지와 타도에만 매몰된 여야 상잔의 정치가 국난을 방치하는 실정이다. 지난 2년 동안 조국 사태와 윤석열 사태를 거치며 여야 정당은 서로를 적폐와 신적폐로 낙인찍어 위기 극복을 위한 국론을 만들 겨를이 없었다.

아무래도 책임 크기를 따지자면 국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거대의석을 가진 여당의 몫이 크다. 특히 입법 권력을 독점한 여당은 그 권력을 민생이 아니라 윤석열 찍어내기에 낭비했다. 170명 넘는 여당 의원들은 민생입법보다는 시종일관 검찰개혁을 합창하며 윤석열 축출에 힘을 모았다. 자가당착적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리더십도 실종됐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 지을 수 있었던 윤석열 사태를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 대통령의 사과도 무시한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과 협치의 관행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다수결 원칙이라는 한 바퀴로만 작동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재인식해야 한다. 새해의 국운은 전적으로 정권이 민주주의 리더십을 복원할 수 있을지 여부로 결정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