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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作 'C19(MASK)'. /밀레 제공

3년간 떠들썩 '조영남 대작 사건' 당사자
백남준 조수 경력… 미디어아트 선보여
작품속 익살… 인류의 재앙 극복 메시지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나기까지 3년여 기간 동안 문화계와 연예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영남 그림 대작(代作) 사건'의 대작자였던 송기창 작가가 인천에서 개인전을 연다.

위작이니 대작이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작가가 논란을 극복하고 온전한 자기 수행에 의해 완성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송 작가의 개인전 'Life is a one time we better use it well…'은 인천 십정동의 카페형 갤러리 '밀레'의 2021년 첫 초대전으로 기획됐으며, 이달부터 2월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회는 미디어아트 작품과 고무를 오브제로 활용한 작품 등 13점으로 구성됐다.

전북 전주 출신의 송 작가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여러 작가들의 조수 역할을 하다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에서 비디오아트의 거장 고(故) 백남준의 스태프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가수 조영남과 인연도 이때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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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MY FATHER'. /밀레 제공

정광훈 '밀레' 대표는 2018년에도 당시 칩거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송 작가의 작품들로 개인전을 기획해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창작 활동을 펴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로 올해 신년 전시회를 꾸미는 것이다.

2년 전 전시회는 주로 평면 작품들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주로 미디어아트 작품들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미디어아트 장르를 연 세계적 작가 고 백남준의 조수 과정을 거치며 체득한 탄탄한 스킬로, 버려지고 팽개쳐진 전자제품을 오브제로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관을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출품작들 중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자부품을 활용한 사람 얼굴의 장식적 패턴이다. 고독함이나 우울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익살적 표정의 형상들은 소통을 위한 통로로 읽힌다.

고무를 활용한 오브제 작품에선 익히 알고 있는 탄성력의 가벼운 고무가 아닌 두터운 금속성의 질감이 느껴진다. 그동안에 겪은 작가의 시련이 작품 세계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내면서 그와 같은 질감이 스민 것으로 보인다.

송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내 작품은 소통의 통로를 찾아줄 새로운 언어로서 뉴미디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과 구성원 간 상호성에 방점을 두고 작업을 했다"면서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19와 같이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전 세계인이 우울한 가운데, 미디어 영상작품을 함께하는 이들로 하여금 위로와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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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GU'. /밀레 제공

이경모 미술평론가는 "송 작가는 산업사회의 편린들을 수습해 조형적 질서를 부여하고 여기에서 나타나는 형태와 공간의 매개적 특성을 관계성의 영역으로 분석해 생태 미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류를 위협하는 생태적 재앙(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최근의 코로나 팬더믹까지)에 경종을 울리고 이를 함께 극복하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