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잘 보여준다
이해관계에 공동선은 철처히 외면
크로노스의 신이 아닌 기득권의 신
우리의 변화없이 깨는 것은 불가능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사회의 법이 얼마나 허상인지, 그 작동 과정이 너무도 기득권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덧붙여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알게 되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법의 자의적 판단이 민주주의를 바닥으로 몰아간다. 법의 판단을 사람들이 비웃는 이유를 그들만이 모른다. 사법 농단을 처벌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전 사회적 요구를 다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둠의 장막 속에 감춰두었다. 그러고서는 법원의 판단을 좌우하려 들지 말라고 훈계하고 있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누가 봐도 뻔한 검찰 개혁은 그 사이 추악한 늪에 빠져 허위적 거리고 있다. 법의 작동과 판단을 갈수록 불신하고 비웃는 이유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굳이 시간의 신이 개입해야만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일까. 진실을 말하리라고 믿었던 언론은 사실은커녕 자사 이익에 매몰되어 과장, 선정, 맹탕 뉴스를 쏟아낸다. 언론 불신이 만연하고 신문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바닥을 헤매는 원인을 그들만이 외면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약했던 개혁에서 무엇이 이뤄졌는가? 법조 개혁은 고사하고 언론, 환경, 교육 개혁이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 사이 기득권과 자본의 힘은 갈수록 더 강고해지고 있다. 그러니 자칭 진보였던 이들이 쏟아내는 '내로남불' 따위의 헛소리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가장 많이 전달하는 매체가 어딘지를 보면 그 말의 사회적 용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그 자칭 진보의 헛소리는 이른바 '개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일정하게 소비되는 까닭을 그들만 모른 채 한다. 그들의 추악함이 힘을 발휘하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 정권은 그 헛소리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
크로노스의 신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지만 이 사회를 움직이는 신은 기득권의 힘일 뿐이다.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검찰개혁에 쏠린 힘의 일부라도 쏟았는가. 개혁과 돌봄은 대당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안보다 더 허망한 거짓과 위선이 어디에 있을까. 올해 최고의 헛소리로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를 구원할 신은 떠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를 구원할 신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신이 아니라도 좋다. 규범이든 공동선이든, 또는 그 어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적인 힘은 사람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며 그런 마음이다.
코로나19와 함께 검찰 개혁 사태는 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기득권에 목을 매는 그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적이 아닌가. 자기 이해관계와 이익에 매달려 공동선을 철저히 외면하는 그들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새해 아침을 지금처럼 집 안에 박혀 맞이하기 싫다면, 더 이상 그들이 뿜어내는 맹목적 헛소리에 갇혀 일상의 삶을 포기하기 싫다면 우리가 이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어야 한다. 크로노스의 신이 떠난 시대에 성찰하고 행동하며 외치는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신이 떠난 시대에 구원의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거짓과 사적 이익을 깨는 힘은 우리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