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교원 2만7천여명을 대표하는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경기교총)가 회장, 부회장 및 선출이사와 감사의 자격을 규정한 정관시행세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을 빚었다. 경기교총은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정관시행세칙 변경안을 대의원회에 올렸다. 선출직 출마자의 자격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대의원회는 자격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변경안을 부결했다.

하지만 경기교총은 부결된 개정안을 일부 손질해 2개월만에 이사회에 재상정했다. 당초 개정안을 손봤지만 선출직 출마 자격을 강화하는 기본 취지를 유지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4일 열린 임시이사회는 재상정된 개정안마저도 부결했다. 표면적으로는 개정안 부결이 순리적으로 보인다. 대의원들이 두 달 전 부결한 개정안을, 임시이사회가 다소 완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밀어부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교총이 정관시행세칙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 한 이유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의혹이 남은 것이 문제다. 정관시행세칙 개정이 오는 6월 경기교총 회장 선거를 앞두고 강행된 점이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즉 특정 후보의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개정안에 의해 특정후보의 출마 자격이 제한된다면, 이런 의심은 합리적이다. 성직이나 다름없는 교사들의 단체인 교총에서 이런 정치적 의혹이 제기되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경기교총의 이같은 행태는 다른 지역의 교총이 선출직 출마 자격을 개방적으로 운영하는 추세에 역행한다. 만일 당초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15년 이상 경력의 교총 회원조차 회장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경기교총 전체 회원 중 1% 미만만 회장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한다.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이는 교총의 민주적 정체성과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그나마 부결을 통해 이를 막았으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경기교총의 운영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경기교총의 정관 비공개에 대한 비판이 크다. 경남·울산·서울·대구 등 타 지역 교총은 투명한 법인 운영을 위해 정관을 공개하고 있다. 유독 경기교총이 단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정관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공개하면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있는 것인지 짐작할 뿐이다.

경기교총은 투명한 단체 운영을 통해 교사 단체의 민주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