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지역 28건 31명 숨져
건설업 16곳…떨어짐 9건 '최다'
처벌 강도 높아 기업 위축 우려
노동계는 "안전보장 책임의식을"
산업단지가 몰린 인천지역에서 재해로 인해 사망하는 근로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대재해'에 대한 명확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2020년 인천지역에서 노동자 1명 이상 사망한 중대재해는 28건으로 총 31명이 숨졌다.
업종은 건설업 16곳, 제조업 9곳, 기타 3곳이었다. 주요 사고원인은 '떨어짐'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맞음' 4건, '익사' 3건, '폭발', '끼임' 등의 순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는 셈이다.
주요 사례를 살피면, 지난해 1월21일 서구 원당동의 건설현장에서 A(26)씨가 앵커볼트 해체 작업 중 균형을 잃고 떨어져 숨졌다. 이 사고 다음날엔 연수구 송도동 건설현장에서 B(51)씨가 추락해 숨졌다. 11월에는 남동산단의 화장품업체에서 폭발 사고로 3명이 죽고, 같은 달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회를 싣던 운전기사가 추락해 숨졌다.
작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지속되자 정치권은 사업주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은 물론 사업주인 기업체 대표나 임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만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차이점이 있다.
여야 정치권은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기로 합의했다. 단 근로자 10인 미만 소상공인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이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역 기업들은 처벌 강도가 높고, 중대재해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계는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중단해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게 지역 기업들의 목소리다.
노동계는 산업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은 "인천은 산업단지가 많은 지역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