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해병대가 유도로켓 오발 사고를 냈다. 해병대의 '비(非) 사격' 훈련 중 유도로켓 '비궁(匕弓)' 실탄이 발사돼 연평도 동남쪽 해안에서 500여m 거리의 해상에 떨어져 폭발한 것이다.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오발탄에 의한 어선 피해는 물론 로켓이 북측 해역에 떨어졌다면 국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해병대는 사고 이후 해당 지자체인 연평면과 옹진군, 인천시 등에 사고 사실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연평면과 인근의 옹진군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 사고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궁'은 해상 이동 표적에 대응하고자 국방과학연구소가 2016년에 개발 완료한 2.75인치 유도로켓이다. 서북도서에서 해병대가 운용하는 해안포를 대체하는 무기로, 고속 침투하는 북한 공기부양정 여러 대를 동시에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실사격은 하지 않았지만, 실탄을 장착해 발사까지의 절차에 숙달하기 위해 해병대는 사고일에 비 사격 훈련을 했으며, 의도치 않게 오발 사고를 낸 거였다. 오발과 고장도 있을 수 있고,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럴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 후 해병대 연평부대의 무 통보 조치는 아쉽다. 비 사격 훈련의 경우 주민들이나 관련 기관에 알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사고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연평면 일부 주민들은 폭발음을 들었다고 한다. 폭발음이 나고 10여 시간 이후 뉴스에서 보도돼 실체를 알기까지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을 터였다.

다행인 점은 이번 오발 사고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음을 해병대 측에서 인정한 부분이다. 현재 해병대는 사고조사반을 꾸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병대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를 대비해 사고 매뉴얼을 강화하고, 유관 기관에도 알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군부대의 국방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마음 편히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과 맥이 닿는다. 주민보호를 위한 빈틈 없는 대책을 세우고 더 투명한 국방으로 주민과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