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어둑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선다. 추위에 떨며 서너 시간을 기다리다 오전 8시쯤 문이 열리면 차례대로 입장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되풀이되는 미국 텍사스주 '스노스(Snow's)' 바비큐 식당의 진풍경이다. 직원이 10여명 남짓한데 요리는 86세 '투치 토마네츠 아줌마'가 전담한다.
경력 60년의 아줌마는 평일에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잡역부로 일한다. 출근하면 청소하고 나무를 단장한다. 그의 바비큐는 주말 하루만 허락된다. 토요일 새벽 1시에 일어나 바비큐 요리를 준비한다. 전체 소요시간은 12~16시간이다. 소·돼지·닭·칠면조를 전통방식으로 구워낸다. 화력이 절정인 숯불을 삽으로 화로에 붓고, 화덕에 고기를 올려 열기와 연기로 익혀낸다.
'천상의 맛'이라는 투치의 바비큐를 맛보기 위해 미국 전역과 유럽, 아시아에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수백 미터 줄을 서야 먹을 자격을 얻지만, '괜한 고생을 했다'는 사람은 없다. 여든 중반이 넘은 노구에도 여전히 식자재 구매부터 요리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최고의 바비큐 장인은 여전히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한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한동안 실의에 빠졌었다. 단골은 물론 먼 나라에서 온 식객들의 위로를 받으면서 다시 힘을 냈다. 전에는 까칠했는데 손님들과 더 가까워졌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덕분에 '한 입 베어 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는 마법의 바비큐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80대 장인의 전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리즈에 소개됐다. 어떤 시청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됐다'고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대방무격(大方無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구절이 있다. 큰 사각(四角)은 모서리가 없으며,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거다. 늦은 나이에 출세하거나 이름을 떨치게 된 인사를 일컫는다. 어떤 학자는 노자가 말한 건 대기만성이 아닌 대기면성(大器免成)이었다고 한다. 큰 그릇은 완성됨이 없이 계속 만들어질 뿐이라는 것. '큰 사각은 모서리가 없다'는 전구(前句)와도 어울리는 해석이다. 끝없는 정진으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침이 없이 진화하는 나를 만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새해 다짐으로 담는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