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배낭여행자의 바닷길 여정
예약·짐싸기 등 유용한 정보 수록
힘든 일상속 독자에 대리만족 선사

■ 어쩌다, 크루즈┃젠젠(김재은) 저. 춘자 펴냄. 32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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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스무 시간 동안 침대칸 열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고, 40ℓ짜리 배낭을 메고 여행자 거리의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던 15년 차 배낭여행자였다. 그랬던 그가 2019년 크루즈를 타고 망망대해 바닷길을 누비는 세계 일주를 떠났다. 그 여행기가 '어쩌다, 크루즈'로 엮였다.

저자는 책 제목처럼 어쩌다가 크루즈를 혼자 탔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도, 계획했던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단지 익숙한 길이 아닌, 전에 가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길이 필요했고, 그것은 새로운 국경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바닷길이었다는 것.

십수 년 동안 여행을 다녔지만 짐을 풀고 몸을 뉠 방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바와 클럽, 카지노와 공연장, 수영장과 월풀까지 갖춘 크루즈를 타고 바닷길을 누비는 여행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완전한 신세계였다.

저자는 크루즈로만 18개국 24개 도시를 거쳤다. 중국해, 아라비아해, 에덴만, 수에즈 운하를 거쳐 에게해와 지중해, 북해를 건넜다. 바다의 시간과 파도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사이, 저자는 잃었던 무언가를 서서히 되찾아 갔단다.

국경을 밟고 다녔던 시간 속 자신의 모습대로 바다 위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누면서 말이다.

책 중간중간에 크루즈 예약, 짐 싸기, 기항지 여행 팁, 이용했던 크루즈 관련 정보도 수록됐다. 책을 통해 독자는 코로나19 시기에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고, 평온한 일상이 다시 찾아왔을 때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쌓은 흥미로운 경험을 개인 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인도 북부 라다크에서 친구와 함께 카페를 운영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는 3년간의 라다크에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집 '한 달쯤, 라다크'(봄엔 刊)를 2013년에 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