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농가 외에도 일정 거리 이내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하는 게 방역당국의 원칙이다.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소·돼지 등 발굽 가축에 발생하는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대량으로 죽이고 묻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 업계는 과도한 살처분으로 축산·양계산업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범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축 전염병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면서 관행적으로 시행하는 살처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화성시 향남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최근 AI가 발생, 사육 중인 닭은 물론 반경 3㎞ 이내 농장에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대상 지역내 산안마을 농장에서 기르는 3만7천여마리 닭들도 살처분 대상이나 농장주들의 반대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1차 명령에 이어 3차례 계고장이 발부됐으나 이행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일률적인 살처분에 반발하면서 동물복지를 강화한 축산 방식으로 면역력을 강화해 전염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안마을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이다. 의외의 복병을 만난 방역당국은 아직 살처분을 강행하지 못하고 있다.
축산업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살처분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농장들을 지원해온 화성시는 난처하다는 표정이다. 일부 수의사들은 이참에 전염병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일시에 진행되는 살처분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이키트로 2~3시간이면 AI 양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무조건 살처분하는 건 합리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AI 백신을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전염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정국 지위 유지를 위해 백신 사용을 꺼리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견해에서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이 떼죽음 당하면서 농가 피해가 커지고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멀쩡한 가축을 파묻어야 하는 잔혹한 행위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살처분해야 한다는 관행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집단 접종해 효과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전문가 집단의 제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사설]가축전염병 예방, 살처분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21-01-13 20:08
수정 2021-01-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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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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