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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철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 /수도권기상청
2020년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해로 분석됐다.

따뜻했던 1월과 역대 가장 긴 장마 등 각종 이상기상이 관측된 까닭이다.

수도권기상청은 '2020년 수도권 연 기후분석' 자료를 14일 발표했다.

수도권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과 지난해 겨울철(2019년 12월~2020년 2월)은 전국 기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다.

특히 1월 평균기온은 1.4도, 최고기온은 5.7도, 최저기온은 영하 2.2도로 1위에 기록됐고, 한파 일수는 0일로 하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겨울 전체를 봐도 평균기온은 1.7도, 최고기온 6도, 최저기온 영하 2.3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한파일수는 0.4일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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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수도권기상청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건 시베리아 지역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자주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다. 이로 인해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했고, 우리나라로 부는 찬 북서풍도 약해졌다.

또 겨울에 발달하는 극 소용돌이(북극지역에 발달해 찬 북극 공기를 머금은 저기압)가 평년에 비해 강해 제트기류가 극 가까이 형성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로 갇히기도 했다.

평년보다 높은 아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도 따뜻한 겨울에 일조했다. 우리나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의 세력이 계속 유지하면서 우리나라로 따뜻한 남풍 기류가 유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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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수도권기상청

봄은 들쭉날쭉했다. 3월까지는 북극의 찬 공기가 갇힌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베리아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그러다 4월엔 바이칼호 북서쪽에 키가 큰 따뜻한 공기가 정체하면서 북서쪽의 찬 공기가 자주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3월기온은 상위 3위를 차지했던 반면, 4월 기온은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고, 5월은 또 다시 기온이 소폭 오르게 됐다. 특히 4월 22일엔 서울에 진눈깨비가 관측되며 1907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늦은 봄눈으로 기록됐다.

여름이 시작하는 6월엔 이상고온이 이어졌다. 이는 한 달간 지속하면서 이른 폭염으로 기록됐다. 평균기온은 22.5도로 역대 3위까지 올랐고, 폭염일수는 0.8일로 4위를 기록했다. 이상고온은 상층과 하층에 더운 공기가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기온과 습도가 높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과 서쪽에서 접근한 저기압, 따뜻한 남서풍까지 유입됐고, 강한 햇볕까지 내리쬐면서 더위가 이어졌다. 태백산맥을 넘으며 더 따뜻해지고 건조해진 남서풍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기온이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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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수도권기상청
여름은 '장마'로 요약된다. 수도권은 54일로 역대 가장 긴 장마철을 보인 것이다. 장마는 7월 기온으로 설명된다.

6월 이상 고온 이후 7월 기온은 크게 떨어졌다. 북극 해빙 면적이 197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주변은 블로킹(대기정체)으로 편서풍이 약해졌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자주 유입됐다. 게다가 서인도양에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가 매우 활발해지면서 상승기류가 발달했고, 동인도양~필리핀해 부근에서 대류 억제가 강화하면서 하강기류가 나타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서쪽으로 크게 확장했다.

이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는 게 늦어졌고, 우리나라 인근에서 정체전선이 지속해서 활성화했다. 이 정체전선에 의한 남북으로 폭이 좁은 강수대는 8월까지 영향을 줘 집중호우가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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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기압계 모식도/수도권기상청

8월과 9월엔 태풍이 찾아왔다. 총 23개가 발생해 이중 4개인 5호 태풍 장미, 8호 태풍 바비,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특히 8~10호 태풍은 29도 이상의 고수온역을 통과하면서 강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연이어 영향을 주면서 많은 피해를 줬다.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로 영향을 준 것도 이상기후 탓이 크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우리나라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필리핀해상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은 채 유지되면서 태풍이 강하게 발달했다.

가을철은 '강수 쏠림'이 많았다. 10월은 이례적으로 월강수량과 강수일수가 작년보다 적어 최소 3위를 기록했지만, 9월 초는 태풍으로 11월 중순엔 저기압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이다.

마이삭과 하이선이 9월 2~3일, 6~7일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11월 17~19일엔 남서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됐는데, 북서쪽의 찬 공기와 만나 19일에 이례적으로 많은 가을비가 내렸다. 특히 86.9㎜가 내린 서울은 19일 일 강수량 최다 1위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강수량 6.9㎜를 기록한 10월은 1973년 이후 1990년(0.6㎜), 2004년(5.9㎜)에 이어 세번째로 적은 비가 내렸다. 강수일수도 2.0일에 그쳤다.

2020년 12월은 북극의 찬 공기 영향을 받으면서 추운 날이 많았다. 평균기온도 0.7도로 평년의 1.5도보다 낮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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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경로도/수도권기상청

북극 바렌츠-카라해 중심으로 얼음 면적이 적고 기온이 높은 '음의 북극진동'으로 우랄산맥 인근에 블로킹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 북서쪽 대기하층엔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 북동쪽 대기하층엔 저기압이 형성돼 찬 북극기류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열대 태평양의 지속한 라니냐로 인해 열대-중위도 대기 반응이 나타난 것도 영향을 줬다. 열대-중위도 대기 반응이란 열대 서태평양에서 상승운동이 활발해지면 중국~몽골 부근으로 하강운동이 활발해지는 걸 의미하는데, 이 반응으로 겨울철 시베리아고기압이 강화되고, 우리나라 동쪽 해역 부근에서는 저기압이 강화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2020년은 긴 장마철, 집중호우, 많은 태풍, 따뜻한 1월과 같은 이상기상이 빈번히 나타난다는 걸 알려준 해였다"고 설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