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도박중독예방치유 현장 전문가로서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바로 불법 온라인 도박의 확산에 따른 도박중독자의 급증과 이에 대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한도관)의 대응방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도박중독의 확산 우려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여러 언론매체에서 심각하게 다루기도 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특히, 국감 당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행산업 매출액의 급감으로 전국 도박중독예방치유 지역센터를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사감위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예산은 부족하지 않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감 후 사감위는 전국 도박중독예방치유 지역센터장을 불러 센터 수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도박중독치유사업이 축소되는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도관은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던 전국 13개 지역센터의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 각 지역센터로 기존 직원이 퇴사할 경우 신규채용을 보류하라는 지침을 내린 후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운영예산을 절감해야 한다, 향후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의 확보가 불투명하다, 서비스 체계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 국감장에서 분명 사감위 위원장은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교묘한 말장난인가? 현재 예산에 문제는 없지만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지역센터 수를 줄이지는 않지만 사업 인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였던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도박중독예방치유 현장에서는 위탁방식 운영에 따른 고용 불안감으로 인해 도박중독 치유전문가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전국 지역센터를 기준으로 봤을 때 대략 정원의 10% 규모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적은 지역센터의 경우 도박중독 치유 사업량의 60%가 감소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업량이 감소하면 결국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도박문제가 있는 가정에서는 코로나19로도 힘든데 적절한 치유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이 예측되지만 담당기관인 한도관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직원 수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요청에 한도관 담당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예방과 치유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앞으로 예산을 아껴야 한다'고 하며 기존 직원 수를 줄이려는 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결원 2명 이상이 발생하면 1명을 충원하고 필요한 경우 임시직을 선발하여 사업을 진행하라고 한다. 국가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 사업수요나 사업량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예산 부족문제를 이유로 기관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독예방치유부담금 확보가 어려울 것 같으면 근본적으로 부담금 추가확보를 위한 법과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단순하게 사업량을 줄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도박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의 욕구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책임 있는 공공기관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의 추가확보는 사감위법의 시행령만 수정해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한도관의 존재 목적은 도박중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여기에 온 힘을 모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정치적 의도나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도관에게 다시 한번 요청한다. 지역센터 인력 감축으로 인한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이 축소되는 일은 없도록 하고 도박문제로 고통받는 도박자와 가족의 외침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더불어 사감위에게도 요청한다. 지난 국감장에서 보인 사감위 위원장의 발언이 결코 말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나라 도박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한도관이 기관의 미션과 비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관리 감독해주기를 기대한다.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