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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꽃이라고

스스로 속고 서 있는 그대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머리채

가는 허리 붙들고

다 헛것이라고, 헛것이었다고

그래야만 하듯이

웃자, 웃자 깔깔깔

바닥에 휙휙 내던지는 무수한 살점들

한성례(1955~)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오히려 그 본질이나 실상을 놓칠 때가 있다. 그것은 보여주는 사물 표면에 가려져 이면에 있는 더 많은 것을 관찰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한 시선이 실제와 다르게 고정될 때 된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것. 따라서 사물의 이치를 아는 것은 그 본성에 다가서는 것으로 이때 시선이 아닌 응시를 요구하게 된다. 마치 '축복'과 '불타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포인세티아가 그러하다. 포인세티아의 붉은 부분은 꽃이 아니라 꽃처럼 생긴 불염포로서 '잎을 꽃이라고' 오인하기도 한다. 불염포는 꽃이 생기면 그 꽃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는 큰 잎을 뜻하는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꽃과 유사하다는데 있다. 그러한 시선 속에서 '스스로 속고 서 있는 그대'도 '헛것'을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이로써 '헛것'에 대한 응시가 가능하다면 거짓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무수한 진실의 살점들'을 보게 될 것이니. 때로는 '불타는 마음'이 축복이 아닌 진실의 눈을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