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50주년 맞아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올바른 명칭 지정후 토론회·토크쇼 등 계획
원견명찰로 원동력될 시민통합 초석 삼을것

소설 '한강' 속에 담긴 작가 조정래 눈에 비친 '광주대단지 사건'의 참상이다.
지난 1968년 정부는 서울의 무허가 빈민촌을 정리한다며 당시 청계천 일대에 살던 10만여명의 빈민을 지금의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로 이주시켰다. 이 사업은 수도권 위성도시 건설이란 이름으로 추진되었으나, '선 입주 후 개발'이라는 정책 아래 집도 없었고 일자리도 없었다. 주변에는 교통편, 상하수도 시설,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인 도시기반시설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1971년 8월10일 주민 수만여명이 세금 감면과 분양가 인하, 공장과 상업시설 설치, 구호사업 및 일자리 알선 등 정부가 이주시 약속한 것들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생존권 투쟁에 나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한다.
정부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주민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과 단지를 시로 승격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이자 민권 운동이었던 '광주대단지 사건'은 이렇게 성남시의 시작점이 되었다.
사건 이후 1973년 7월1일 성남시가 탄생했고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이 '선 계획 후 입주'로 바뀌면서 오늘날 분당, 판교, 위례 신도시가 생성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에 필자는 성남시장으로 취임 후 성남시의 도시정체성을 형성하는 광주대단지 사건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서둘렀다. 2019년 7월 '성남시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작년 말 학술연구용역을 마침으로써 그 첫발을 뗐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토크콘서트, 뮤지컬,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이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광주대단지부터 50년 성남 역사를 담은 온라인 전시관을 개관, '광주대단지 형성' 세션을 마련하여 그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성남시의 역동적 태동인 광주대단지 사건이 50주년을 맞는 올해 6월까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대단지 사건의 올바른 명칭을 우선 지정하고 '광주대단지 50주년, 시민의 등장'을 테마로 각종 강연, 학술토론회, 시민통합 토크쇼를 진행하고자 한다. 사건 발생 주요 거점지에 기념동판과 안내판을 제작 설치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증강현실 기반 AR 어반 뮤지엄 개발도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는 광주대단지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50년 전 우리는 지금의 연 예산 3조원이 넘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고 있는 성남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년 뒤 시 승격 50주년도 앞두고 있기에 올 한 해를 성남 너머 성남을 위해 멀리 내다보고 밝게 살피는 원견명찰(遠見明察)의 시선으로 앞으로의 50년의 원동력이 될 시민통합의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 마우로 F. 기옌의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도시의 부활'에 있어 3T를 강조한 바 있다. 인재(talent), 관용(tolerance), 기술(technology) 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성남은 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창조적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품은 도시로 재창조되고 있다.
폭포가 크면 소리도 크다. 성남은 대한민국, 한반도, 그리고 전 세계를 디지털로 적시는 큰 물줄기다. 아울러 신뢰와 소통의 큰 울림으로 보듬어 안는 창조의 도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로컬 성남에서 대한민국에서 먼저 미래를 볼 수 있는 도시로의 진정한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은수미 성남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