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1일, 전국 처음으로 창원에 벚꽃이 피었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평년보다 8일가량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주요 도시의 벚꽃 개화시기는 대구 3월22일, 부산 23일, 광주 27일, 대전 30일 서울 4월6일, 인천·춘천 4월8일이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국내 대학들 얘기다. 벚꽃이 일찍 피는 지역에 소재한 학교부터 폐교한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말대로라면 경상·전라 지역 대학들이 먼저 문을 닫고 다음은 충청, 강원, 수도권 순서가 될 것이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 마감 결과 전국 주요대학들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4.73대1로, 서울대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지방거점국립대학들도 하락 폭이 컸다. 전남대는 2.70대1에 머물렀고, 경북대 3.11대1, 전북대 3.17대1이었다. 수도권 대학은 평균 4.8대1로, 지난해 5.1대1보다 0.3 포인트 낮아졌다.
정시모집에서 각 대학은 가·나·다 군(群)으로 나눠 학생들을 뽑는다. 응시생은 최대 3곳까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이때문에 정시모집 경쟁률 3대1은 1대1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지방 소재 대학들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평균 2.7대1이었다. 상당수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벚꽃 엔딩'이 이제는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고 진단한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지방대와 전문대에서 정원 미달에 따른 재정 악화로 폐교하는 학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거다. 실제로 2024년에는 대입 가능 자원이 37만3천400여명에 그치면서 대학 정원의 25%를 채울 수 없는 것으로 예측됐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대학 정원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평가를 통해 구조개혁을 유도하고 있으나 미미한 숫자다. 벚꽃이 이미 충청도를 지나 수도권 남부지역에도 개화했다고 아우성이다 비수도권은 대학마다 학생 충원에 비상이다. 장학금에 기숙사 확충은 대학 공통어가 됐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고학력 청년들의 실업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대학을 없애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