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시간 분류작업 '무임 노동'
물량 부담 야간배송·쪽잠 악순환
각종 부상… 회사 별도 비용도 내
민주노총 인천본부 등 목청 높여
인천 지역 택배 노동자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 노동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업무가 아닌 택배 분류 작업에 반나절 이상 투입되는 상황이다.
인천 지역의 한 택배노동자 A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7시간씩 끼니도 거른 채 매일 택배물 200개가량을 분류하는 '공짜 노동'을 하고 있다. 오후 3시가 돼야 배송에 나서다 보니 저녁 10시가 넘도록 '야간 배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
A씨는 "명절 기간은 하루에 적게는 택배 300~500개를 분류 작업하고 배송해야 하니 쪽잠을 자면서 돌아야 한다"며 "오늘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내일 또 그만큼 물량이 쌓이니까 밤새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겨울철 물류 작업을 하거나 과중한 중량의 택배를 옮기다 다치는 사고도 많다는 게 택배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50대 택배 노동자 B씨는 주차장에 있는 택배 분류작업장에서 일하면서 오른쪽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B씨는 "새벽부터 칼바람을 맞으며 일한 노동자들이 결국 회사에 실내 분류 작업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개선된 사항은 없다"며 "겨울철엔 택배 박스마저 '꽁꽁' 얼다 보니 미끄러워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택배 노동자 C씨는 최근 폭설이 내린 이후 아파트 택배 배송 중에 계단에서 미끄러져 허리와 오른쪽 팔이 골절되기도 했다.
택배 1건당 회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 외에 별도 비용을 회사에 지불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30대 택배 노동자 D씨는 지점에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 외에도 지점 전기세·임대료 등을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17만원씩 내고 있다. 택배 하차 작업을 맡는 아르바이트생의 월급도 회사 대신 택배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매달 10만~13만원씩 지급하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지역연대는 18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 이전까지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인천 지역 택배노동자는 9천~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영 전국택배노조 우체국인부천본부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으나 현장은 여전히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라며 "설 명절이 시작되기에 앞서 택배 기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