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동 학대에 대해 "제대로 대책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아동 학대 범죄 근절 의지는 환영한다. 하지만 '대책이 없어 범죄가 발생한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 아동 학대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정부는 엄단 대책을 발표했고 국회는 피해자 이름을 딴 법안을 쏟아냈다. 16개월 된 입양아 살해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엔 국회에 계류 중이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시행규칙'도 통과됐다.
특례법이 제정되고 각종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동 학대 사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된 입양아(정인이)가 사망한 사건에 전 국민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8살 딸을 살해한 엄마 A씨(44)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지법은 동거남의 3살 딸을 때려 두개골 골절로 숨지게 한 B씨 (35·여)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초등학생 형제 둘이 집에 머물다 화재로 동생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는 딸의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살해한 딸은 8년 동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플 때 병원 치료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B씨는 둔기로 동거남 3살 딸의 머리를 때리는 등 범행 방법이 잔인해 검찰이 2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형량에 따라 10년을 선고했다. 아동 학대 범죄는 날로 끔찍해지고 있지만 법은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기 일쑤다.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이미 있는 법도 필요하면 개정해야 하고 사법적 관용을 제한할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동학대 범죄가 현행의 법과 제도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 16개월 입양아 살해 사건만 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를 목격한 시민, 피해 아동을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한 번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신통방통해도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대책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관계 기관의 직무유기를 일벌백계하는 것이 아동학대 예방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사설]면피성 입법과 대책으론 아동학대 못 막는다
입력 2021-01-18 20:02
수정 2021-01-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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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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