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11개·차량 80여대 태워
"두차례 폭발음" 호텔선 대피도
5일전 야적장에도… 화재 잇따라
이전계획 지지부진… 市 "구체화"
인천 연수구 중고차수출단지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르자 인근 주거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숙원인 중고차수출단지 이전사업은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19일 오전 2시22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에서 불이 나 5시간여만에 꺼졌다. 불은 수출단지내 컨테이너 11개와 차량 80여대를 태워 소방서 추산 8천5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중고차수출단지 화재현장에서는 일부 컨테이너에서 열기가 가시지 않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화재현장에서 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는 낡은 단독주택들이 모여있고, 170m 거리에는 30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불이 주거지역으로 번졌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주민들은 잠을 자다가 '쾅'하는 폭발음을 두 차례 듣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인근 호텔 두 곳에선 투숙객 수십명이 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 불씨가 주택가 쪽으로 옮겨붙을까 봐 한숨도 못 자고 주택 옥상이나 대문 밖에서 진화 과정을 살펴봤다고 한다.
주민 나모(77)씨는 "귀청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들려 가스폭발사고인 줄 알고 나가니 집 앞에 소방차가 끝도 없이 늘어섰다"며 "연일 중고차수출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니까 밤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고 했다.
인천 중고차수출단지에서 지난 14일 밤 야적장에서 불이나 중고차 3대가 타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컨테이너용 사무실에서 불이 났고, 2019년 8월에는 자동차 고철을 분리하는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불이 났다. 2019년 4월엔 주차된 상태로 점검을 받던 승용차에서도 불이 나는 등 크고 작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옛 송도유원지에 자리 잡은 중고차 수출단지는 수년째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전 후보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중고차수출단지가 기피시설로 인식된다.
하지만 인천 중고차수출단지는 국내 중고차 수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한 지역 특화 산업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남항 배후부지에 스마트오토밸리를 조성해 중고차수출단지를 이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중구청, 인천본부세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 기관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교통·치안·환경오염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상반기 중 구체적인 이전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