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난개발 공연장처럼 변질되고 있다. 선거 출마자들이 내건 제1호 선거공약이 모두 주택 물량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이다. 우상호 의원이 16만호 공급을 약속하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65만호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70만호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4만6천호를, 김선동 국민의힘 전 의원은 8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20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주택 공급 물량 공세는 1년 임기의 서울시장이 약속하기 어려운 정책일 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율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애드벌룬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서울시 주택 인허가 건수는 연평균 8만~9만호 수준으로 연간 10만호를 넘어서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십만호 공급을 공약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다면 주택건설에 올인하는 정책을 수긍할 수 있겠지만 서울시의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호의 주택 건설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도 문제이다. 개발호재는 투기수요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대규모 주택공급은 서울 인구 집중을 심화시킨다. 서울 과밀이 불러올 부작용은 아랑곳하지 않는 공급 만능의 단순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신규택지를 개발하겠다는 정부안은 각종 난개발을 부를 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공원과 녹지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도심의 허파와 시민의 휴식처를 파괴하는 퇴행적 정책이다. 주거지역 층고 제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 공간용적률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되고 있다. 이로 인한 안전문제, 주거 쾌적성 저하 등의 문제, 난개발이 몰고 올 문제도 심각하다. 공급 확대 올인 정책은 한계가 분명할 뿐 아니라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최근의 부동산 폭등은 저금리와 유동성이 낳은 결과로 보는 것이 일반적 진단이다.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불안 심리가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폭등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