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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중 백미(白眉)로 꼽히는 대목이다. 그는 무기력한 시대, 신임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의 분발을 촉구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재선 취임연설문은 고작 135단어에 불과했다. 연설에 걸린 시간이 2분이 못됐다. 가장 긴 취임사는 1841년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의 8천445단어 분량 연설이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2시간이 넘도록 연설을 한 후유증인지 해리슨은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역사상 가장 긴 취임연설을 한 주인공이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게티즈버그 연설의 주인공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재선 취임연설은 역대 미 대통령 취임사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아무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모두에게 자선의 마음으로 의로운 편에 굳건히 서서 우리가 처해 있는 일을 끝내도록 노력합시다. 이 나라의 상처를 싸매도록 온 힘을 다합시다. 전투에서 쓰러진 사람과 미망인, 고아들을 돌보도록 애씁시다'라고 연설을 마쳤다. 분량은 짧았으나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합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평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미국은 시험을 받았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고립주의적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힘이 아닌 동맹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은 축제의 장이 아닌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관람석은 성조기로 채워졌고, 2만5천여명의 군인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날 고별 연설에서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한다면서도 바이든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유발한 트럼프의 지저분한 뒤끝이다. 유례가 없는 혼란과 분열의 시기에 바이든 시대가 막을 열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