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방하는 체계 갖추어야
공공의료기관, 외국에 비해 부족
'인프라 확충' 정부·지자체 지원 시급
국민 생명권 안전하게 보호해야

세계 제2차 대전에서 전쟁을 통해 민간인을 포함한 사상자가 대략 5천만명에서 7천만명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코로나19는 전쟁에 견줄 정도의 엄청난 재난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이같은 재난이 앞으로도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부터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더욱 현명한 교훈을 얻었다. 이제 더 이상 국가적 재난상태에 대한 사후약방문식이 아닌 미리 예방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상급병원 5개, 병상수 4만개에 이르는 의료기관들이 있었지만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 한 환자가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숨진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적기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공공의료체계가 미리 구축돼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0년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코로나 이전 22.2%에서 코로나 이후 67.4%가 공공의료서비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라고 응답했으며 그 해결방안으로 지역공공의료기관 확충·강화, 의대 정원 확대,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들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총 221개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 병상은 9.6%로 OECD 평균의 10%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보험방식 국가인 일본의 27.2%, 독일의 40.7%의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비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부문의 비중이 부족함에도 의료진들의 높은 책임의식과 솔선수범 그리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 수준 덕분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단일 보험자로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체계이지만 의료서비스의 공급은 민간의료기관이 주도하는 특수한 형태를 띠고 있다.
신속한 감염병 위기대응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공공재정과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비용 등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우선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가난한 자에게 더욱 불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우리는 이미 간파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률까지 세계 최저로, 향후 인구가 더 줄어들 경우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건강, 의료, 장기요양, 복지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역의 건강, 의료, 장기요양, 복지체계를 근본적이고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제대로 확충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공공의료의 확충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와 취약한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선결과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공공의료기관 모델병원,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전염병 및 재난대비 의료기관, 시범사업 등 정책집행 수단으로서 공공병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 공공의료 강화정책의 밑거름이 되어 어떠한 감염병도 침범할 수 없도록 미리 국가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강력한 예방책을 마련하여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