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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 요약영상 담긴 '세가지 주장'
입국 자체 목적 아니라 돈 벌 속셈
現 정부 헐뜯자 유튜브 수익 증가
'가짜 분노'의 '진짜 목적' 아닌가
'우파코인' 단물 빤다면 못 헤어나와


정한용 시인
정한용 시인
열흘 전쯤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대가 유튜브 채널에서 큰 펀치를 한 방 날렸다고요. 좋은 소식은 금세 묻히고 나쁜 소식만 빠르게 퍼지듯 나도 호기심에 끌려 들어가 봤습니다. 친절하게도 긴 얘기를 13분짜리로 요약한 동영상이 있더군요. 그대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내용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습니다. 뒤에 태극기와 성조기 스크린을 배치하고 녹음 상태도 선명한 거로 보아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습디다. 요약본을 다시 요약한다면 그대의 주장은 세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 나는 병역기피자가 아니다. 둘째, 입국 금지하는 건 불법이다. 셋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좌파와 싸울 것이다. 너무 줄여 섭섭한가요?

병역기피자가 아니라는 첫 주장은 좀 더 따져봐야 하나, 일단 접습니다. 두 번째 주장, 만약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외국인 입국을 막는다면 아마 해당 국가로부터 심각한 외교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실제로 그대는 작년에 대법원에서 엘에이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발급거부 처분소송'에서 승소했더군요. 귀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이유에 "아이에게 한국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는데 이 점에서 참 의문입니다. 미국인이 우리나라로 자녀와 여행을 하고 싶다면 특별한 비자 필요 없이 3개월까지 머물 수 있지 않나요? 아하, 그대가 원하는 건 바로 'F4 비자'. 즉 입국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다시 연예계 활동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속셈이로군요.

만약 한국에서 댄스 가수로 활동을 재개한다면 호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20년 전처럼 팬들이 줄을 설지, 그대 말대로 '계란을 맞고' 외면당할지. 자, 이 지점에서 좀 솔직해집시다. 그대는 근래 중국에서 드라마 출연으로 인기도 끌고 돈도 꽤 벌었다고 하더군요. 미국법에 의하면 세금을 50% 내야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경제활동으로 세금을 내면 25%, 게다가 '한미 이중과세 방지협정'으로 한국에서의 납세자료만 있으면 미국에서는 무거운 세금을 피할 수 있다지요. 이거 참 합법적이고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까요? 물론 속셈이 뭔지는 그대가 더 잘 알겠지만요.

동영상 끝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결기에 찬 분노를 보여 놀랐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를 좌파 독재라고 비난하면서요. 우선 묻고 싶네요, 그대는 단 한 번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진짜 독재에 맞서 싸워본 적이 있나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등 용어를 쓰던데 이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것이고 이것이 곧 극보수주의, 나아가 기독교 복음주의로 연계된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 그대 주장은 한 미국 가수의 외침이 아니라, 한국 수구 정치가들의 억지처럼 들립디다. 비슷한 소리를 하는 목사들도 꽤 있고.

다시 좀 솔직해집시다. 나는 그대가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의심합니다. 유튜브에서 현 정부를 헐뜯기 시작하자 구독자가 갑자기 8만명 이상 늘었고, 채널 수익도 하루 45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지요. '수퍼챗'을 통해 직접 받는 후원금은 또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요. 그러니까 그대 목소리가 커질수록 돈도 더 많이 쌓이는 것 같더군요. 달콤한 말 몇 마디 던져주면 돈이 펑펑 불어나는데 어찌 영혼인들 못 팔겠습니까? 땅 짚고 헤엄치듯 편하게 돈 버는 것, 이것이 그대 가짜 분노의 진짜 목적이 아닌가요?

유튜브 채널을 훑어보니 거의 총기사격이나 근육운동 등 영상이던데 그런 거 지금 한국에서는 잘 못합니다. 코로나19로 체육시설은 거의 문을 닫았고 더구나 실탄 사격할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미국에 사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죽어도 한국에 와서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면, 한가지 비법이 있긴 있습니다. 먼저 미국에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세요.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레 홍보해보세요. 그러면 마음씨 여린 우리는 그대를 용서하고 환영해줄 겁니다. 지금 수구세력의 '우파코인'에 중독되어 단물만 빨아먹고 있다면 다시는 그 구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겁니다. 아, 이런 충고가 다 부질없지 싶기도 하군요, 슬프게도.

/정한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