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어록'이어 '…기록(1899~1950)'
독립운동→공산주의자→해방후 '非美非蘇'길 정계입문… 재조명
강화도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정치계의 거목, 죽산 조봉암(1899~1959) 일대기의 기록을 담은 책 '죽산 조봉암 기록(1899~1950)'이 출간됐다.
(사)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이번 책은 2019년 나온 '죽산 조봉암 어록(1948~1954)'에 이은 일대기 시리즈 두 번째다. 오유석 상지대 교양대학 초빙교수, 윤충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박경태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 공동으로 썼다.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는 식민지와 해방, 분단, 전쟁, 독재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굽히지 않고 진보의 길을 걸었던 죽산의 일대기를 기록하는 3권의 책을 기획했다. 이번 두 번째 책은 1899년 출생부터 1950년 2대 국회의원 당선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그동안 찾지 못했던 희귀한 자료들까지 모아 엮었다.
저자들은 죽산 조봉암을 우리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진보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죽산은 독립운동을 위해 공산주의자가 됐으나 1945년 해방 후에는 '비미비소'(非美非蘇·비미국 비소련)의 길을 걸었고, 1948년 단독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한국전쟁 후에는 이승만의 분단반공독재에 맞서 '평화통일'을 주창했다.
조봉암은 1948년 5·10 제헌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을구(현 부평·계양·서구 일대)를 지역구로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이 책에 실린 '인천 을구 입후보 부평 정견발표 대회'(대중일보 1948년 4월20일 2면 보도)를 보면, 정치인으로서 그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국회에 출마하게 된 것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 곧 외국 군대를 철퇴시키는 운동이다. 미·소가 나가야 우리가 살고 독립이 된다. 우리 민족은 좌우 중간을 통일하고 사대주의를 배척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국토 안에서 미·소의 전쟁을 방지해야 한다. (후략)'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번 책 발간 축사에서 "저는 요즘도 힘들거나 고민의 기로에 서게 될 때 선생의 말씀을 읊조리며 선생의 삶을 생각해보곤 한다"며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작은 용기의 씨앗을 심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죽산 일대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1954년 3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진보당 사건으로 구속돼 1959년 7월31일 국가로부터 사법살인을 당할 때까지 기록을 담아 올해 중 출간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