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25일 김종철 대표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진상조사 결과를 밝히고 김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 진보정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자체도 엽기적이지만 피해 여성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남성 권력의 성폭력이 권력의 하부구조에 있는 힘없는 여성뿐 아니라 선출직 여성 권력에까지 미칠 수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장 의원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장 의원을 성추행했다. 장 의원에게 피해 사실을 전달받은 당 젠더인권본부는 신속하게 사건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김 대표도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정치 생명이 끊길 처지가 됐고, 정의당은 진보 정당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위기에 빠졌다.
다만 정의당이 철저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점만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우선 사건을 인지하자마자 즉각 가해자와 피해자 면담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추가조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진상을 파악했다. 가해자인 김 대표를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를 해제했다. 특히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피해 발생시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고 밝혀 장 의원에 대한 2차 가해를 원천 봉쇄했다.
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겪고 있는 참담한 2차 피해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 전 시장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은 사건 초기 이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남 의원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청 간부들은 피해자 실명공개는 물론 피해를 부정했다. 급기야 한 친문 시민단체는 피해여성을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며 국민고발인단 모집에 나섰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으로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막대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추행 피해자 편에서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는 용기 덕분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반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성폭력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피해회복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사설]충격적인 정의당 성추행 사건
입력 2021-01-25 20:07
수정 2021-01-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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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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