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01001007200048401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이 26일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1천352억원에 100% 인수하기로 매매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전날 깜짝 발표에 이은 전격적인 가계약 체결에 구단과 선수는 물론 연고지인 인천 야구팬들 모두 '멘붕'이다. 신세계그룹의 새 인천 프로야구단의 모기업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인천 연고를 유지하고 현 SK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전원을 고용 승계한다. 대신 모기업 정체성이 변한만큼 'SK 와이번스'라는 구단 명칭은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인천 프로야구는 이로써 6번째 주인이 바뀌게 됐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 창단 이후 1985년 청보 핀토스-1988년 태평양 돌핀스-1996년 현대 유니콘스-2000년 SK 와이번스를 거쳐 2021년 이마트 시대가 열렸다. 이중 재창단 형식이었던 SK 와이번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단 매각 방식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6번 있었던 구단매각 중 4번이 인천에서 벌어진 것이다.

연고 구단과 팀의 잦은 교체를 지켜본 인천 야구팬들의 연고팀을 향한 애증의 역사도 장강대하 같다. '삼·청·태(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 시절엔 저조한 성적으로 연고지의 자존심을 구겼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18연패를 끊던 날 인천 팬들은 우승만큼이나 기뻐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팀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자, 인천 팬들은 애정으로 만년 꼴찌의 역사를 응원해 온 세월을 보상받은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현대가 2000년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사달이 났다. 현대가 빠진 자리에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로 팀을 꾸린 SK 와이번스가 연고팀으로 왔지만 팬덤은 분열됐다. 인천야구의 영혼이 '삼·청·태'를 이은 현대 유니콘스에 있다는 팬들과, 새 연고팀 SK 와이번스를 응원하는 팬들로 나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현대 유니콘스는 해체돼 사라졌고,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를 네 번 제패하면서 인천 야구의 자존심이 됐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 SK 와이번스는 인천시와 시민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유서 깊은 문화이자 역사다. 문화 감수성이 높은 경영인으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구단 명칭, 유니폼, 팀 컬러 등을 교체한 뒤 새로운 이마트 프로야구단이 탄생하겠지만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겠다"는 약속은 영원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