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종식돼도 삶의 변화는 가속
일·가정 양립시대 돌봄·교육등 해법
시설이 아닌 공동체의 몫 인식 확인
마을은 중앙·지방정부의 연결지대
현장 소통·합의주체 정책성공 열쇠


유문종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화는 너무 크고, 깊어서 코로나19가 깨끗이 종식된다고 해도 이전 생활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전으로 복귀가 어렵다는 의견 중 하나는 변화의 폭과 깊이뿐만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 때문이다. 변화는 팬데믹시대를 겪지 않았어도 가야 할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하여 미래를 앞당겼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적극 공감하는 주장이다.

고령화, 일과 가정의 양립시대를 살아가는 돌봄 문제 해법이 무엇인지를 코로나19는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대규모 시설로 노인 돌봄을 해결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어르신을 보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 돌봄 역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소규모 돌봄 시설과 함께 마을공동체의 역할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인식이 이러한 미래시간의 앞당김을 보여준다.

돌봄 문제를 넘어서 마을공동체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힘으로 작용한다. 마을은 사적 공간인 가정과 공적 영역인 국가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중간지대이다. 코로나19 대응과 피해에 대한 지원, 회복을 위한 많은 정책들이 국가 차원에서 결정되고 지방정부를 통해 각 시민들에게 이르는 길목에 마을이 있다.

긴급하게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구체적 정책 내용을 설계할 때 답은 현장에 있다. 마을 현장에서 정확한 실상이 제공되고 주민들 사이의 의견 합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때 정책은 성공한다. 또한 정책 집행과정에서도 마을공동체의 힘은 발휘된다. 공적마스크 공급 과정이나 긴급 지원이 필요한 주민의 발굴, 방역과정에서 피해를 본 업소 선정, 피해 보상 지원금 지급 과정 등을 복기해 보면 마을공동체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생활이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웃과 공유되고 이러한 과정을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책임 있게 추진해나간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당연히 정책 집행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추진될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갖는 힘이다.

복지 분야로 눈을 돌려봐도 마을공동체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동사무소를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사회복지사를 추가로 배치한다고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안타깝고 불행한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답은 간단하지만 우리는 어렵게 그 길을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서로를 보살필 때 복지 사각지대는 사라진다.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면 매년 반복되는 불행한 일들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 4년마다 수립하는 지방정부의 지역사회보장계획을 마을단위까지 확장하여 수립하고 있다. 마을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복지 분야에서부터 마을공동체의 힘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활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정책성과는 높아질 것이다. 초기 과정에서는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겠지만 동 단위 지역사회보장 계획은 지방정부 단위의 정책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다.

교육 분야도 학교와 마을공동체와의 협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하는 다양한 직업교육을 담장에 갇힌 학교 안에서만 진행할 수 없다. 직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마을로 나와야 하며 마을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마을에는 수많은 자원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생활하고 있으며 문화·역사자원을 비롯하여 생태·환경 자원도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제안되어 왔다. 위기는 그 시간을 앞당겨 주었을 뿐이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돌봄 마을, 복지 사각지대가 없는 복지 마을,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만들어질 것이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전환은 코로나19가 준 교훈이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