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등 무주택 수요층 조급 매수 탓
전국 아파트가격 연일 신고가 경신
정부 수요규제 역효과가 원인제공
임대차 2법·3100조 유동성 자금등
곳곳 화약고… 2~3년간 지속 가능성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
연초부터 주택시장이 뜨겁다. 무주택 수요가 특정 지역과 자산군에 쏠리면서 서울, 수도권, 지방 광역시 아파트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30대를 포함한 무주택 수요층이 다소 조급하게 주택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가구 수는 2천89만가구이며 이 중 무주택은 888만(수도권 463만)가구 수준이다. 어떤 이유로 이분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일까?

원인은 정부의 수요 규제에 따른 역효과(규제의 역설)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이면에는 가격 상승이 더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깊게 깔려 있다. 이에 정부는 수요에 부흥하고자 추가 공급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공급 성과를 수요자가 체감하기까지 최소 2~3년이 필요하다. 실제 공급까지의 시간 차로 인해 최근의 상승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여려 변수 중 지금부터 살펴볼 6개의 데이터가 현재의 추세를 더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첫째,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에서 시작된 전셋값 폭등세가 실수요자의 매매시장 갈아타기를 유도한다. 2000년 이후 과거 20년 동안의 시세 추이를 살펴보면 2001년과 2014~2015년 사이에 전세 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는 상승 폭을 나타낸 바 있다. 그 다음 해에는 매매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결과가 확인된다. 전세 가격 상승에 견디다 못한 무주택 수요층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 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돼 실수요층이 매매시장으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매매와 증여 등 대표적인 주택거래 통계들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시장에 쌓여 있던 매물들이 소화되며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특정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들이 모두 팔리면 최초 분양가 이상으로 가격이 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셋째, 한국은행의 CSI(주택가격전망지수)와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각종 기관은 일반가구, 공인중개사, 일반인 대상의 설문조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각종 기관의 지수 혹은 데이터 결과를 보면 설문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의 수요초과 국면이 확인된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넷째, 주택인허가 통계로 확인된 공급량은 최소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분양권에서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입주단지들이 향후 1~2년 동안의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2022년까지는 뚜렷한 감소가 예정돼 있다. 게다가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을 막아서는 미분양 통계조차 역대 최저수준이다. 또한 정부의 의무거주 강화로 입주 이후에도 실제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과거 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눈에 보이는 총량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물화되는 비중(%)도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의미다.

다섯째, 전국 청약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 중이다. 서울은 최근 20년 사이 가장 높은 8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국은 평균 28대1의 경쟁률로 확인된다. 과거 청약시장 환경과 달리 정부의 규제로 인해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해소되지 못한, 혹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3040세대의 경우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시장에서 자산 여건에 맞는 매물들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떠도는 유동성이 엄청나다.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등 유동성 지표들이 팽창하며 M2 기준으로 3천10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이 시중에 대기 중이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가 연 0.50%로 사상 최저치다. 이처럼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시중 유동성은 증시와 부동산 등 더 높은 수익성을 찾아 이동하며 실물자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거시경제 상황은 코로나19 영향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에도 낮은 수준의 이자율로 인한 유동성 효과들이 자산시장 곳곳을 들쑤실 가능성이 높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