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경제 규모가 2019년보다 축소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작년 경제성장률이 -1%로 집계됐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이 재현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작년 민간소비는 재작년보다 5%가 줄어 1998년의 -11.9%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교순연,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에 이어 지난해 11월 재확산 이후로는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까지 추가되면서 외식비와 영화관람료, 학원비 지출 등 소비가 대거 위축된 탓이다.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없었다"는 상인들의 호소는 사실이었다.

수출과 설비투자, 정부소비가 역성장 확대를 저지했다. 수출은 연간 성장률 기준으로 -2.5%를 기록해 1989년(-3.7%) 이후 가장 나빴지만 10월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직전 분기 대비 1.0%의 성장률을 기록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가 0.4를 시현한 것이다. 설비투자도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성장률을 떠받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2017년(16.5%) 이후 가장 높아 성장기여도가 0.6%였다.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8%로 내수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26일 청와대는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선방했다며 한껏 고무되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위기에 강한 한국경제의 저력을 보여준 성과"로 자평했다. 한국은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 성장률 낙폭이 가장 낮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미국(-3.7%), 일본(-5.3%) 등 주요국 성장률이 대부분 -3% 이하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장 내역을 들여다보면 편치 못하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네 차례의 추경을 편성해 총 66조7천억원의 자금을 풀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년 한 해 적자국채 발행액이 104조원에 이르는 등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만에 나랏빚이 무려 2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용 국채 100조원 발행에 4차 재난지원금 살포까지 예고되어 정부부채가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급한 불은 꺼야 하지만 빚잔치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