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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채소·열매 자라는 모습 보는 특별 경험
김장 담그고 장아찌 만들어 건강 식습관
학부모 숲 생태교사·어르신 농부 참여
학생 공동체의식 일깨우는 '자연 교실'
학교 100곳 신청받아 총 5억 지원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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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콘크리트 일색인 학교 공간에 자연을 입힌다. 학교 공간에 텃밭도 꾸미고 숲도 만들 예정이다.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건물이 전부인 삭막한 학교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학교에 텃밭과 숲을 조성하는 사업은 인천시교육청의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환경 교육'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생태 시민'으로 길러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역점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학생들이 자연과 자주 접하고 직접 느껴야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고, 나아가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학교에 조성된 텃밭과 숲은 생태·환경교육을 펼칠 훌륭한 교실이자 놀이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에 텃밭과 숲을 꾸며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인천산곡남초등학교의 사례는 기후위기와 생태교육을 고민하는 다른 학교들이 참고할 만하다.

■ 생물 다양성 배우는 교실

윤혜숙 산곡남초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학교 텃밭과 숲이 큰 자랑거리"라고 강조한다.

이미 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이 된 학생들이 다시 텃밭과 숲을 찾아오기도 할 정도다. 철 따라 다른 쌈 채소와 열매가 자라는 모습을 학교 텃밭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모든 학생이 직접 기른 농작물을 먹어볼 수 있다는 건 이 학교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윤 교사는 "굳이 어렵게 시간을 내어 멀리까지 갈 필요없이 학교 안에 마련된 숲을 찾아가면 새들이 집을 짓고 살고, 청설모가 뛰어다니고, 개구리와 뱀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작은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어 학생들이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학교 텃밭
학교 텃밭에서 채소를 살펴보는 학생들. /인천산곡남초 제공

산곡남초는 학교 곳곳이 텃밭이다. 건물 뒤편도 건물과 건물 사이 자투리 공간도 모두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 3, 4월에는 감자와 옥수수를 심고, 상추 모종도 심고 씨도 뿌린다. 5월이 되면 오이와 고추, 방울토마토와 호박, 수박, 참외, 가지 등을 키운다. 덕분에 학생들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 일년 내내 흙을 만지고, 철마다 다른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학교 텃밭은 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산곡남초 학생들은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그기도 하고 고구마를 캐고 남은 고구마 줄기로 장아찌를 만드는 경험을 한다. 채소를 먹기 싫어하던 자신이 직접 농작물을 키워보면 달라진다는 것이 윤 교사의 설명이다.

윤 교사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농작물은 유통과정의 문제 때문에 잘 익기 전에 수확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맛을 느끼기 힘들다"면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 토마토나 오이, 가지 등의 채소를 먹어본 학생들은 그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 공동체 교육은 덤

윤 교사는 학교 텃밭과 숲은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곡남초 학교 숲에서는 학부모 10여명이 학교 숲 생태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 생태전문교육기관과 협업해 2017년부터 생태교사를 양성했는데, 첫해 2명을 배출한 데 이어 최근까지 50여명이 양성과정을 거쳤다.

학부모 생태교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태 수업을 진행한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할애해 진행되는 이 수업에 학부모 생태교사 1인당 매년 50시간 이상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부모들과 함께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물로 장난감도 만들고 직접 놀이도 하며 자연스럽게 숲과 나무를 익힌다.

학부모가 진행하는 학교 숲 교육
학부모 생태교사가 진행하는 숲 교육. /인천산곡남초 제공

학교 텃밭 관리에는 마을 노인복지관 소속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옛날 농사 경험을 가진 어르신들이 아이들이 할 수 없는 힘든 작업을 돕는다.

윤 교사는 "학교 텃밭에서 땀을 흘리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농사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학교 텃밭과 숲은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자연을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학교 참여가 필수

시교육청은 올해 15억원을 학교 숲과 텃밭 조성에 투입한다. 우선 텃밭을 만들고 싶은 학교 100곳을 신청받아 학교별 500만원씩 모두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단순히 텃밭 조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텃밭을 가꿀 교직원·학부모·마을 주민이 텃밭을 가꿔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연수기회도 마련했다.

또 학교별 텃밭 활용 생태교육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다른 학교가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로 만들어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학교 교육과정에 학교 텃밭을 연계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 텃밭 활용 생태교육 워크북'도 제작해 보급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텃밭 강사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학교 현장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마을교육공동체와 학교가 협력하는 텃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마을교육활동가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한편, 텃밭을 활용한 교육이 열릴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 숲에서 주운 도토리로 놀이를 하는 학생들
학교 숲에서 주운 도토리로 하는 놀이 수업. /인천산곡남초 제공

'학교 숲 교육 시범 실천학교' 5곳을 선정해 1개 학교에 2억원씩 지원하는 계획도 세워뒀다. 학교 숲에서도 다양한 교육활동이 진행된다. 관련된 시민단체와 학교를 연계해 학교 숲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지원하고, 학교 숲에서 활동할 활동가를 발굴·양성한다.

학교 숲에 조성되는 텃밭이나, 습지, 자연 놀이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보급하는 한편, 빗물을 학교 숲과 소규모 습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지구, 지속 가능한 인류를 위해 기후위기·생태환경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많은 학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