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것보다 내몫 챙기기 우선
역지사지보다 아전인수격 행동
이럴때 이타적인 작은 용기 필요
어려울수록 선하게 주변 살피고
소처럼 천천히 따뜻하게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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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흰 소를 상징하는 신축년(辛丑年), 2021년이 시작 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흰 소는 흰색이 가진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인들과 흰 소를 상징하는 말들로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행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아직까지도 직접 대면하며 마음 편하게 인사를 나누거나 여럿이 함께 모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너무 안타깝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팬데믹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직과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데다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며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이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식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재료 중 하나인 계란값이 오르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삶이 참 팍팍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위태로운 상황에 우리는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더 안 좋은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될까봐 두려워진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모두 함께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때일수록 넉넉하고 선한 마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생명을 보듬을 줄 아는 지혜로움이 절실한 것 같다.

신축년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황소 아저씨(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는 황소 아저씨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통해 우리의 삶에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다.

추운 겨울밤, 생쥐 한 마리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동생 쥐들을 위해 황소 아저씨의 구유에 몰래 찾아간다. 잠자던 황소 아저씨를 깨우게 된 생쥐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딱한 사정을 들은 황소 아저씨는 기꺼이 허락하며 덧붙인다.

"한 번만 가지고는 안 될 테니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가져가거라." 그리고 생쥐는 동생 쥐들을 데리고 황소 아저씨의 집으로 가서 함께 지내게 된다. 자기 것을 넉넉하게 나누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황소 아저씨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어려움 속에 있을 때 황소 아저씨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내 몫 챙기기가 우선이며 천천히 나아감보다는 빨리 신속하게 타인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기에 급급해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보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에겐 이타적(利他的)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모 기자가 포착한 눈 내리는 서울역 광장,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주는 사진은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우리들 마음 안에도 이미 이런 선한 지향(志向)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속 울림이 있는 것이 아닐까?

2021년 올해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씩씩하게 조금 더 선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야겠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소의 해에 소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거기에 따뜻함을 더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겠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