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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을 불 속에 넣고 유족들은 식당에 간다

두 시간 남짓,

밥 먹고 차 마시기 적당한 시간이다



젖은 손수건을 내려놓고 목을 조였던 넥타이를 풀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긴다

검붉은 선지를 입에 떠 넣고 우물거린다



어쩌면 영혼은 흰 와이셔츠에 묻은 붉은 국물 자국 같은 것

몇 번 헹궈지면 지워지고 마는

신철규(1980~)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혼백(魂魄)은 인간의 영혼과 백골의 합성어다. 초자연적인 영혼과 현상적인 백골은 인간의 몸속에 공속되어 있다. 이 둘은 사람의 몸을 거느리면서 목숨을 붙어 있게 하는 중요한 물질인 것. 죽는 순간 21그램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것을 영혼의 무게로 보기도 한다. '어쩌면 영혼은 흰 와이셔츠에 묻은 붉은 국물 자국 같은 것'으로 몸에 묻었다가 사라지는 것. 장례식에서 화장의식은 육신과 분리된 영혼에 대해 이별을 구하는 절차 중 하나다. '두 시간 남짓' 주검을 태우는 것은 인간의 진면목인 백골만을 남기는데 있다. 꽃이 진 다음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검붉은 화염 속에서 하얀 뼈를 드러낸 유골은 망자가 피워낸 이승의 마지막 꽃인 걸. 하얀 벚꽃같이 일순간 뚝 떨어지는 우리의 삶도 유한한 시간 속에서 '몇 번 헹궈지면 지워지고 마는' 것이니. 나아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당신도 혼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뜨겁게 피워내야 진정으로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