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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2021년 1월 북한에서는 중요한 정치행사가 치러졌다. 바로 8차 당대회이다. 당대회는 당규약을 규정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조선노동당의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지난 2016년 개최되었던 7차 당대회는 1980년 이후 무려 36년만에 개최되어 김정일 시기 '선군정치(先軍政治)'로 군에 비해 권한이 약화되었던 당의 기능이 김정은 시기 들어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을 대내외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당규약 개정을 통해 당대회를 5년에 한번씩 소집하고 소집발표는 수개월 전에 하는 것으로 명문화하여 당 중심의 사회주의 정상국가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노동당 비서국을 부활시키고 김정은을 당총비서로 추대하여 김정은 유일지배 권력이 공고화되었음을 과시하였다. 총비서직은 김일성, 김정일이 모두 사망직전까지 지냈던 직책으로, 김정은은 이제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7차 당대회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북한은 경제핵병진노선과 뒤이은 경제집중노선 등을 통해 내부 결속과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진행하였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핵포기 선언과 함께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체제발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금의 상황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대한 선택의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8차 당대회는 지난 5년간의 성과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국가운영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정치행사였다. 8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에 대한 실패를 다시 한번 인정하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을 제시하였는데, 특이할 점은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지난 경제전략의 실패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부총리 8명 가운데 6명을 교체하는 등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내각 구성원의 대폭 물갈이를 통해 반영되었다.

물론 북한의 경제발전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계획경제체제의 모순에 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각종 개혁·개방 조치들은 국제사회의 지속된 대북제재 속에서 사실상 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대북제재의 장기화 및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등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여, 8차 당대회에서는 거창한 미래 비전이나 새로운 과업보다는 각 분야에서 현실적 목표를 제시하는데 집중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우리국가 제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선언하면서 주민들의 내부 결속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에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대회 직후 바로 개최된 제14기 제4차 최고인민회의에서는 2021년 예산안을 2020년 대비 1.1% 증가한 내용으로 확정하였는데, 이 가운데 경제분야 예산은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런 점만 보아도 새로운 5개년 계획이 성과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올해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시점에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우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한이 새로운 5개년 계획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강조한만큼 철도 현대화 사업이나 관광산업의 경협을 통한 관계복원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5개년 계획에 포함된 금강산관광지구나 김정은이 지방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대표적 지역으로 꼽은 삼지연 관광지구와 양덕 온천지구가 대표적이다. 북한이 거부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대응 의료협력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부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국내정치적 상황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올 하반기 대선정국을 고려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2021년 상반기가 바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이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권숙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