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에는 따뜻하고 희망찬 소식을 기대했건만, 화성시민을 무시하는 듯한 수원시장의 싸늘한 신년 발언에 가슴이 할퀴어진 기분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신년 브리핑에서 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자평했다. 대체 어디서 들은 뜬소문인가?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 2019년 즉각 경기 남부에 민간공항 건설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반박했으며, 지난해 11월 우리 범대위가 직접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의했을 때도 "검토하는 바가 없다"고 동일하게 답변했다.
군 공항 예비이전후보지인 화옹지구 인근에는 미 공군 폭격장으로 고통받은 매향리가 있다. 매일 하루에 700개씩 매향리 갯벌로 포탄이 떨어지던 54년이란 시간 동안 바다는 오염됐고, 주민들은 오폭 사고로 죽거나 크게 다쳤다. 1980년대 민주화 열기 속에 투쟁을 시작한 주민들이 평화를 되찾기까지는 무려 17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현재 매향리는 주민들의 노력과 자연의 힘으로 생태계가 되살아났고, 화성시는 수원청개구리와 수달이 사는 화성습지를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화성습지의 람사르습지 등재 노력을 지속해 2천5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안식처로서 친환경생태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하고 녹색연합 등에서 활동해온 환경운동가 출신 이력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다. 염 시장이 해 온 고귀한 지역환경운동인 만큼, 화성시민이 습지를 지키겠다는 약속도 소중하다. 부디 염 시장이 말하는 '상당한 진척'의 의미가 매향리 주민과 수원청개구리를 짓밟고 나아가겠다는 비민주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행보가 아니길 바란다. 아울러 화성시를 희생양 삼아 수원 군 공항을 떠넘기려는 시도에 대해 우리 범대위는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홍진선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委 상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