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G로 '장기간 혈세먹는 하마'
업체 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
서울은 무료인데 경기 서부만 유료
"불합리" 주민목소리 귀기울여야

일산대교는 김포시 걸포동과 고양시 법곶동(이산포IC) 1.84㎞ 구간을 잇는 교량으로 지난 2008년 완공됐다. 도비 299억원과 함께 민간자본 1천485억원이 투입됐다. 막대한 민간자본의 투입은 최소운영수입보전방식(MRG)이 있어 가능했다.
MRG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효과적인 유인책이었다. 사업시행자의 운영수입이 애초 약정한 추정수입의 일정비율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을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의 추정수입이 애초 약정보다 못 미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막대한 운영수입 보장금을 실제로 물어주게 된 것이다. 비판이 누적되면서 정부는 2009년에 MRG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제도는 없어졌으나 그 이전에 추진된 전국 곳곳의 사업들은 여전히 MRG가 적용되고 있고, 일산대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산대교는 (주)일산대교가 오는 2038년까지 MRG 방식으로 운영하게 돼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이 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은 일산대교 건설 투자비용과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받아간다. 그런데 그 이자가 선순위 차입금 8%, 후순위 차입금 20%의 고금리다.
이는 고스란히 경기도의 재정부담, 곧 주민들의 통행료 부담이다. 김포, 고양, 파주 주민들의 통행료로 국민연금공단의 곳간을 채워주는 셈이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27개 중 유료는 일산대교가 유일하다. 고작 1.8㎞를 통과하면서 경차 600원부터 대형차량 2천400원까지 비싼 통행료를 내야만 한다. 김포시민들이 이 같은 통행료 부담 탓에 다른 길로 돌아가려 하면 김포대교까지 18㎞를 더 운전해야 하니 바쁜 시간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경기도가 일산대교 매입을 포함한 사업 재구조화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해 지난해 말 국민연금공단과의 협상 방안을 마련했다. 김포시도 꾸준히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요구해 왔고, 경기도로부터 (주)일산대교와 협의해 인하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경기도는 조만간 국민연금공단과 협상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통행료 부담으로 고통받은 김포, 고양, 파주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경기 서부권의 부천시, 인천 강화군도 함께 해야 한다.
이에 일산대교 공동대응과 경기도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때마침 통행료 수입 증가로 2022년부터는 MRG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일산대교의 잔여 운영기간은 무려 17년이나 남았다. 지금 (주)일산대교의 사업 수익구조 재검토를 통한 통행료 조정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통행료 부담과 경기도의 재정부담 합리화는 요원하다.
여기서 우리가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교통권'은 우리 모두 누려야 할 기회이며 권리라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준정부기관으로서 오랫동안 빼앗겨 온 권리를 돌려받고자 하는 204만 김포, 고양, 파주 주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현실성 있게 수익구조 개편을 통한 통행료 무료화에 협조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
수도권의 가장 서부지역에 위치한 한강 첫 다리가 유일하게 유료다. 나머지는 무료다. 서울은 무료, 경기 서부만 유료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정하영 김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