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경찰 절반 정도가 현장 출동 때 '보디캠'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보디캠은 옷 위에 착용해 영상을 촬영하는 소형 카메라를 말한다. 강력사건이 많은 미국에서 범행 제압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들 중 상당수는 경찰 보디캠이 기록한 영상들이다.
경찰들이 현장 근무에서 보디캠을 착용하는 이유는 공무집행 과정의 적법성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는데도 아니라고 우기는 현행범도 음성이 담긴 영상기록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 즉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경찰 공무집행 절차의 적법성 시비가 늘어나는 데에 대한 자위적 대응이라는 얘기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공무집행 현장 기록을 위해 보디캠을 착용하는 경찰이 늘어나는 건 인천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경찰의 보디캠 사용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의 자의적인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는 점이다. 자의적인 선택인 만큼 보디캠 구입 비용도 자비로 부담한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다. 보디캠은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의 적법성과 인권보호 여부를 기록할 필수적인 공무 지원 장비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연히 경찰청 차원에서 장비 사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공식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다.
현장 경찰이 보디캠을 아무 법적 근거 없이 사설 장비처럼 쓰는 상황은 당연히 부작용과 남용 가능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보디캠 촬영 때 피촬영자의 수집동의를 받는 절차를 이행하는지 의문이다. 법이 없으니 수집된 동영상 정보의 조회, 저장, 관리가 임의적인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웨어러블 폴리스캠', 즉 보디캠 사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경찰청은 2015년 11월 경찰보호와 공무집행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3개 경찰서에서 보디캠 시범운영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총 7억8천만원을 투입해 5년 동안 보디캠 100대를 운영한 시범사업이 아무런 결과 없이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청이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결론을 미룬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범사업이 흐지부지되는 동안 자비를 들여 보디캠을 착용하는 일선 경찰들은 늘어나고, 수집된 동영상들은 법적 근거 없이 관리되는 실정이다. 보디캠 사용 여부에 대한 경찰청의 신속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사설]법적 근거 없이 확산되는 경찰 '보디캠'
입력 2021-02-01 20:12
수정 2021-02-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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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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