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영방송 BBC는 전 세계 공영방송의 롤모델이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BBC 직원들의 파업 시위현장을 뉴스 속보로 보도하고, 극우정당 당수의 BBC 토론 출연 반대시위도 보도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 덕분이다. 포클랜드 전쟁 때는 '우리 군' 대신 '영국군'으로 객관화시킬 정도였다. 이런 BBC도 정파적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15년 집권한 보수당은 BBC가 노동당에 우호적이라고 공격했다. 2017년 BBC의 자율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정부기구로 넘어간 배경이다.
공영방송 KBS가 수신료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KBS 직원 60% 이상이 연봉 1억원이고, 연봉 1억원 직원 중 2천여명이 무보직이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KBS는 즉각 과장이라며 공식 현황을 공개했는데, 무보직 1억원 연봉자의 규모가 놀랍기는 도긴개긴이다.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말고 능력되고 기회되면 우리 사우님 돼라."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온라인에 게시한 조롱이 기름을 부었다. KBS 수신료 인상 명분에 '평양 지국 개설'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KBS의 한 아나운서가 20여건의 보도를 임의적으로 첨삭해 방송한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생산한 보도를 권한 없이 자기 기준으로 첨삭했다면 명백한 왜곡이라서다. 노동조합의 내부 지적이라 더욱 뼈 아프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날 방영된 열린음악회에서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선곡했다는 시비엔 심사가 어지럽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Moon) 대통령을 '달님'으로 부르며 따른다. 야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추석 현수막을 걸었다가 달님 지지자들과 여당의 공격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푸른하늘 은하수에 하나여야 할 '달님'의 정서는 당파로 조각났으니 서글프고,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로 정파성을 의심받는 공영방송의 현실은 애달프다.
이 모든 KBS 논란이 수신료 인상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중립성과 공정성이 의무이자 생명이다. 국민이 정파를 초월해 공영방송 KBS를 보편적으로 지지하고 사랑했다면 수신료 인상 문제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번지진 않았을테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