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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의향서에서 텍사스주에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천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구했다. 천문학적 세금감면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투자규모와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파급 효과 때문이다.

투자의향서에 밝힌 삼성전자의 총 투자액은 170억 달러(약 19조원). 이중 50억6천900만 달러는 6천500만㎡ 규모의 공장과 부동산에, 99억3천100만 달러는 파운드리 설비와 장비 구매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이다. 공장 건설로만 직접비용 40억5천500만 달러(약 4조5천억원)가 건설사와 설계사 등 텍사스주 제조업 매출에 유입되고, 유통·물류·소비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총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활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2만개 가까운 공장 건설 일자리는 덤이다.

이뿐 아니다. 공장이 가동할 경우 향후 20년간 86억 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3천개 가량의 정규직이 73억 달러의 봉급을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틴시는 20년간 세금과 소비로 챙길 수 있는 순수익만 1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높은 세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은 설계자의 요구대로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주는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규모가 900억 달러나 된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대만의 TSMC가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2위라곤 하지만 1위와의 격차가 크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제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평택에 10조원대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인텔 등 대형고객을 의식해 미국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삼성의 미국 투자가 확정된 건 아닌 모양이다. 텍사스 오스틴시뿐 아니라 애리조나와 뉴욕, 한국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유치경쟁을 벌일 법 하건만 조용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유치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말이다.

글로벌 세계경제에서 투자 유치는 모든 국가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분야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170억 달러짜리 삼성 투자를 맥없이 해외에 내 보낼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