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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2020.12.1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위기의 쌍용차, 해법과 희망 찾는 지역의 목소리

지난해 이맘때쯤, 쌍용자동차를 다룬 통 큰 기사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 아래, 유동성 위기의 어둠이 짙게 깔렸다"(2020년 2월12일자 1면 보도=[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1)반복되는 위기]쌍용차의 짧았던 아침… 다시, 밤이 깊다).

해고자 46명이 공장으로 되돌아온 시기, 희망을 얘기하는 기사가 넘쳐 났지만 정작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희망 아래 짙게 깔린 그늘이었다. 불행히도 그 그림자가 쌍용차에 드리웠다. 지분 매각과 해외 투자자 유치, 산업은행의 지원, 자율구제안 등 쌍용차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통 큰 기사의 후속 보도로, 지역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바라본 쌍용차의 모습을 그들의 언어로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평택시민사회 운동가, 쌍용차 퇴직자, 협력업체, 연구자 등 쌍용차와 얽힌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쌍용차가 이 지역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자세히 듣고, 다시 한 번 해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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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 '2009년 아픔' 재현 불안
대주주·정부 서로 책임 떠넘겨
유동성문제 해결 적극 나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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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기로에 선 쌍용차라는 기사가 연일 나오면서 쌍용자동차 직원들의 동요와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고, 지역사회의 우려와 지역경제의 어려움 역시 커지고 있다.

사실상 쌍용차가 회생을 위한 최후 카드로 꺼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구상이 흔들리고, 신규 투자자 유치도 결렬되면서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황이다.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2009년 쌍용차 사태, 지역경제와 공동체 혼란 및 상흔, 해고자들의 죽음과 아픔 등을 겪었던 지역사회는 다시 혼란과 아픔이 재현될까봐 불안과 걱정의 마음으로 쌍용차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쌍용차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상황을 물어봐도 누구 하나 말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고용 불안에 대한 두려움과 현 상황에 대한 무력감,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마힌드라와 경영진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감 등 복잡한 정서가 혼재된 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일만 했지만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무기력한 현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쌍용차 사태 이후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되살아나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쌍용차 상황은 2009년 쌍용차 사태를 겪었던 시기보다 더 위중하고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외 여건도 좋지 않고, 고용불안, 실직, 임금삭감, 영업손실 등에 많은 시민들이 내몰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심화되다 보니 "쌍용차는 살려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면서도 간절함이 잘 모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부실의 원인은 대주주(마힌드라)의 경영 실패에 기인한다. 2009년 사태 봉합에만 매달려 먹튀성 외투자본에게 쌍용차를 떠넘긴 정부의 책임도 크다. 지금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금처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쌍용차 임직원 5천여명뿐 아니라 협력·하청업체와 판매시장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까지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직격탄은 지역사회, 지역경제에 바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다시 고통과 어려움을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쌍용차가 정상화돼 지역경제의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쌍용차 팔아주기 운동 등으로 '함께 살자'며 희망을 공유해 왔던 지역사회에게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먹튀가 재현될 수 있는 불투명한 외국투기자본 찾기로 면피성 대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당장의 자금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정부와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일자리와 경제를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다.

우선 회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교훈은 단순한 기업문제를 넘어 평택시, 경기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함께 살자'란 전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시민들은 또다시 아픔과 갈등,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다. 고용불안과 부도사태가 야기할 연쇄적 파동을 지역사회가 감당하기에는 쌍용차가 지역경제,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는 지금도 유효하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신지영·김준석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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