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까지 개화하는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이다. 코스모스는 꽃이 지는 계절에 사람 만한 키로 허공을 들어 올리는 꽃. 그것도 들길에 '십삼 촉보다' 엷은 빛깔로 하늘을 채색하면서 '뜻이 높은 선비'처럼 꼿꼿하게 서 있다. 자연스럽게 멈춰서 '함부로 절을 하지도 엎드리지' 않으며 그렇다고 바람을 피하지도, 햇살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꽃을 보기 위해 우리는 들길로 나서야 한다. 눈 감고 사는 이 꽃이 눈 뜨고 사는 우리를 불러내는 것은, 안간힘을 다해 살고 있는 당신 웃음을 돌려주고 싶은 것. '저 혼자 한구석' 무리 속에서 외롭게 사는 당신과 그렇게 피어나는 꽃의 거리. 그러나 코스모스는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에게 소곤대며 그 소리에 웃고 또 웃고 있질 않던가. 그런 당신이 찾아온 발걸음에 가녀린 입술 파르르 반겨 주고 싶은 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