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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2021.2.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해외 자본 '먹튀'로 성장 막혀
광주시 출자 사례… 대안 고민
고용 보장은 회생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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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다시 생사기로에 섰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해고노동자들이 모두 공장에 들어간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안에서 11년 동안이나 무파업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해 왔던 노조와 조합원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판이다.

누군가 그랬다. "이러려고 그동안 무쟁의 협상을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해외 졸속매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쌍용차의 현재 위기는 그동안 두 번에 걸친 해외 졸속매각 때문임을 직시해야 한다. 쌍용차를 인수한 해외자본은 투자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술을 빼가는데 관심이 더 많았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상황은 나빠지게 되고, 이러다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안되면 나가버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그랬고, 지금 코로나19 위기에 인도 마힌드라가 그러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이란 나라와 사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역경제가 파괴되든 실업자가 늘어나든, 그건 알 바 아니다. 더 나올 게 없으면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먹튀' 행각으로 쌍용차의 혁신역량은 고갈됐고, 성장의 길도 막혔다.

물론 지금으로선 매각이 가장 현실적인 방도일 것이다. 현재 쌍용차 노사와 산업은행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이 된다 해도 '졸속'이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해외자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먹튀 기업으로 팔린다는 건 망하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자본의 임의적 행동을 규제하고 노동과 자본이 상호 협력과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와 같은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각이 안 되면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 사실 졸속매각을 하느니 법정관리로 가는 것이 더 나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국가나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상상력과 다양한 논의를 해 볼 수 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GM은 파산 신청 후 2년 가까이 공기업화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재민영화가 이뤄진다.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는 정부가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의 폭스바겐은 니더작센주 정부가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지분 중 21%는 광주시가 출자했다.

이런 국내외 사례들은 쌍용차를 살리는데 한 가지 방법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여러 다양한 창의적 대안들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급한 대로 정부는 우선 부품사의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개입과 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서로 불신이 생기고, 미래지향적인 협력보다는 눈앞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게 된다. 현재 정부 외에는 아무도 여기에 개입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주기 어렵다.

쌍용차의 회생이 어떠한 방식이든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고용보장이다. 11년 전 해고로 인한 상처가 이제 겨우 아물어 가는데, 지금 다시 인원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이건 파멸이다.

물량문제로 여유 인력이 생기면 인원 조정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비용을 줄이면서 총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일부는 죽고 일부는 사는' 사회 분열적 전략을 다시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 이는 실패한 모델이다. 11년 전 이 모델을 적용했으나 쌍용차는 살아나지 않았다. 이제는 어려워도 '모두가 같이 참고 같이 사는' 새로운 사회연대적 위기극복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